국민의힘 윤리위, 성상납 징계 심의..심야에 당대표실 사수하며 맞선 이준석 대표

이동현 2022. 6. 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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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 중인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도중에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 문제를 다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회의가 22일 소집됐다. 이 대표는 윤리위 회의가 열리는 내내 당대표실을 지켰다. 현직 당대표에 대한 전례 없는 징계 심의에 '옥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놓느냐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윤리위는 이날 이 대표 측 반발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회의 장소를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오후 7시부터 국회 본관에서 시작된 회의에는 윤리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했으며,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출석시켜 소명을 들었다. 김 실장은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증거인멸을 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실장은 윤리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참고인 자격으로 왔다.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윤리위 회의에서는 성상납 관련 의혹 외에도 이 대표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문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윤리위원은 “김 실장이 각서를 쓴 이유를 따져봐야 하지 않겠냐”며 “(이 대표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심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리위 개의에 앞서 이 대표는 방송에 출연해 “성상납 의혹은 허위”라며 “징계를 하려면 어떤 품위유지 위반이 있었고 당에 어떤 손실을 끼쳤다는 게 있어야 할 텐데 딱히 드는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회의 초반 회의록 작성 문제를 놓고도 양측은 충돌했다. 이 대표 측이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 삼으면서다. 윤리위가 회의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일방적 징계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직원들이 다 작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당대표실을 지켰다. 대표실에서 한때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등 여유로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대표를 징계하는 건 무리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에서 싸웠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도 했다.

당장 이 대표를 징계할 경우 ‘이대남’을 중심으로 한 2030세대 당원들이 집단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징계를 만약 받는다면 당에 치명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윤리위가 처분할 수 있는 징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는 이 대표의 거취와 직결될 수 있고, 경고가 나와도 사퇴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나 경고 등의 의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결백을 주장해온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이 때문에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김 실장에 대한 징계만 의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김 실장에 대한 징계만으로도 이 대표 관련 의혹을 당 차원에서 사실로 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교사한 뒤 '꼬리 자르기' 했다는 꼬리표가 계속 남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통해 윤리위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하는 수순을 밟거나 윤리위 재심 신청, 법원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법리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이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사퇴할 경우, 친윤석열계와 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조기 점화하면서 당내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리위가 징계를 의결하고 이 대표 측이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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