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 속 그곳" 지워진 자리, '자금성'이 들어섰다

최현준 2022. 6. 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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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 킹덤'은 홍콩 남쪽 애버딘 항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 레스토랑이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말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써서 무리하게 (점보를) 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보는 유지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14일 홍콩을 떠나 동남아로 향했고, 19일 파라셀군도(시사군도) 근처 바다에서 악천후를 만나 침몰했다.

홍콩 시민들은 "점보의 침몰이 홍콩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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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랜드마크인 점보 킹덤 해상 레스토랑이 예인되기 전인 지난 2일의 모습(왼편)과 22일 개관 행사가 열린 홍콩 고궁박물관. 홍콩/AFP 연합뉴스·홍콩 고궁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점보 킹덤’은 홍콩 남쪽 애버딘 항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 레스토랑이었다. 홍콩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가 1976년 중국 고대의 황궁 스타일로 만들었다. 4200㎡(1270평) 면적에 수십개의 식당이 들어서 2천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

이국적인 모습과 음식으로 홍콩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관광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식신>, <무간도2> 등 홍콩 영화는 물론이고 <도둑들> 등 한국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이 됐다. 홍콩이 경제·문화적으로 황금기를 구가하던 1980~1990년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세월이 흘러 시설물이 노후화되고, 홍콩 시위 등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결정타였다. 막대한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영업을 중단했다. 2020년 11월 또 다른 홍콩의 유명 관광시설인 ‘홍콩 오션파크’에 무상으로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정부가 나서 홍콩의 랜드마크인 이 시설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말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써서 무리하게 (점보를) 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보는 유지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14일 홍콩을 떠나 동남아로 향했고, 19일 파라셀군도(시사군도) 근처 바다에서 악천후를 만나 침몰했다. 홍콩 시민들은 “점보의 침몰이 홍콩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점보가 침몰하고 사흘 뒤인 22일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에서 홍콩 고궁박물관 개관 행사가 열렸다.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공예품 등을 전시하는 홍콩 고궁박물관은 2019년 4월 착공해 3년 만에 완공됐다. 일반인에게는 다음달 2일 개방하고, 하루 전인 1일 홍콩 반환 25주년 행사가 열린다.

베이징의 자금성(쯔진청)을 본떠 만든 홍콩 고궁박물관은 35억홍콩달러(5800억원)를 들여, 3만500㎡(9천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여러 전시실과 극장·식당 등을 갖췄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20일 “국보로 인정된 1급 문화재 166점을 포함해 900여점의 베이징 문화재가 전시될 예정”이라며 “1925년 베이징 고궁박물원 설립 이후 다른 기관에 대여한 것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홍콩이 지워진 자리에 중국이 들어선 것이다.

홍콩 고궁박물관은 2016년 12월 건립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애국심 고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렁춘잉 당시 행정장관은 “홍콩 반환 20주년을 축하하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이 말에 동의하는 홍콩인은 많지 않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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