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할 수 있다" 믿음 속에 각성한 KT 박병호
에이징 커브 평가 속 FA로 새 둥지
코치들 굳은 신뢰가 거포본능 깨워
65경기 만에 20홈런 '화려한 부활'
프로야구 KT 베테랑 박병호(36)는 지난 2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NC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NC 두번째 투수 김대경의 4구째 시속 140㎞짜리 직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로써 KBO리그 역대 최초 9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이전에 8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던 ‘라이언킹’ 이승엽(전 삼성)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박병호의 이 홈런은 지난해 기록과 살펴보면 더 의미가 있다. 박병호의 지난해 한 시즌 홈런이 20개였다. 118경기를 뛰며 20개의 홈런을 쳤던 박병호는 올해에는 65경기 만에 이뤄냈다.
사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맞이하기 전까지 물음표를 달고 있었다. 2012~2015, 2019시즌 총 5차례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는 2020시즌부터 홈런 개수가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손목 부상 여파로 93경기에 뛰는 데 그쳤고 21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0홈런에 머물면서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6년생인 박병호는 30대 후반으로 또래 선수들 중에는 야구장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박병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원소속팀인 키움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그사이 KT가 박병호에게 제의를 했다. 박병호는 21일 경기 후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성적이 안 좋았는데 KT는 그래도 나를 FA로 영입하면서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 에이징 커브가 아니다’라고 말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반기 안에 20홈런을 칠 수 있었던 건 나에 대한 믿음을 주신 것도 있고 코칭스태프에서 투자를 많이 해준 덕분이다. 그래서 고맙고, 더 기쁘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FA 계약기간 3년에 도장을 찍었다.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이것 역시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내가 3년 후면 은퇴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슬프더라. 아직은 먼 미래이지만 체력 관리를 잘하고 장타력도 잃을 수 있지만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은 박병호에게 ‘초심’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 ‘홈런왕’은 없다.
박병호는 “내가 시즌 초반부터 다짐한 마음은 크게 변함이 없다. 기록은 시즌 막판에 경쟁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 올 시즌 끝나고 나서 기록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엽을 넘어섰다는 말에 대해서도 손을 내저었다. 박병호는 “같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내가 많이 컸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내가 넘어선 것은 아니다. 이승엽 선배는 선배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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