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냐고요? 제주로 '워케이션' 왔죠"
마을조합이 만든 공유오피스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재택근무자·취업준비생 등
하루 20~40명 찾으며 각광
자연경관이 좋은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이 제주의 새로운 관광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3층 공유오피스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트인 창문 밖으로 짙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공간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탁자와 의자가 배치돼 있어 편안한 카페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존 카페와 다른 점이라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감시의 시선이 없다는 것, 업무를 위한 PC와 프린터, 회의실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이용객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2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3층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방식을 택한다. 온라인 유통업을 하면서 이곳에서 업무를 자주 보는 진모씨(37)는 “제주 곳곳에 공유오피스가 여럿 생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는 주민 주도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공유오피스에는 10명 남짓한 이들이 각자의 일을 하다가 특정 시간이 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질그랭이센터는 한때 결혼식과 피로연을 하던 마을 소유의 복지타운이었다. 마을 주민 492명으로 구성된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주도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1층 마을사무소, 2층 카페, 3층 공유오피스, 4층 숙박시설이 들어선 형태로 지난해 하반기 공사를 마무리했다.
워케이션 관광객들이 이곳을 본격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워케이션 휴가지와 기업을 연계해주는 관광벤처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활성화됐다. 워케이션 관광객 유치 이후 공유오피스 사용 인원은 하루 20~40명으로 늘었다.
질그랭이센터를 운영하는 세화마을협동조합의 양군모 마을PD는 “티몬 등 각종 기업에서 직원들을 내려보내고 있는데, 대부분 월요일 오전에 제주를 찾아 금요일에 업무를 마무리하고 떠난다”며 “이용객 대부분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산책을 하면 금방 회복돼 업무 능률이 오른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1곳의 공유오피스를 확대해 조성할 예정이다. 공유오피스와 숙박, 여가 정보를 총망라한 홈페이지도 하반기 문을 연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낮에 일하고 퇴근 후 휴가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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