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패스, 인권 침해 문제..인공지능 채용서 차별 우려"
인권위 ‘2021 인권 보고서’
66개 주제로 평가·개선안
“군인권보호관 제한적 권한
업무수행 중대 지장 초래”
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발간한 ‘2021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장애인·이주민·여성·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 ‘코로나19 관련 인권 상황’ ‘중대재해처벌법 한계’ 등 66개 주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권위의 평가와 개선 방안이 담겼다. 인권위는 매년 활동 보고서 성격의 연간보고서를 펴냈으나 1년간 국내에서 제기된 인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AI가 유발하는 혐오·차별을 우려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흑인 등에 대해 ‘혐오 표현’이 담긴 답을 해 출시 21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이루다’를 놓고 “AI가 현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혐오와 차별적 사회 구조를 투영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 설계·개발 단계에서 인권 존중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으며, 관련 법률로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2020년 12월 말 출시한 ‘딥러닝’ 방식의 20대 여성 대학생 AI 챗봇인 ‘이루다’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대해 “절대 싫어. 미치지 않고서야”라는 답변을, 레즈비언 등 성소수자에 대해 “싸 보여서 시러(싫어)”라는 답변을 해 문제가 됐다.
인권위는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채용 면접에 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인공지능은 과거 한국 사회에서 누적된 데이터에 의존해 학습하는데 데이터가 다양한 요소에 기반한 오랜 차별이 반영되어 있어 인공지능 기술이 불평등과 차별을 학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성별, 연령, 신체, 조직, 용모, 출신 지역 등의 차별이 없는 채용을 규정하고 있는 국내의 관련 법과 제도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방역패스’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 등 정부 대응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대구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노동자들에게 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외국인을 차별한 것”이라고 했다.
방역패스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는 있겠으나, 그러한 제한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근거해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다음달 1일 신설되는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의 제한적인 조사 권한도 지적했다. 불시 부대 방문 조사 시 국방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규정에 대해 “업무 수행에 중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녹화 증거능력 불인정 결정’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산업현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미만(적용 대상에서 제외)과 50인 미만(2024년 1월27일부터 적용) 사업장에도 매우 절실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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