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이 밑그림 그리면, 기업이 조립".. '민관 협업'으로 연 우주시대
변종국 기자 2022. 6. 22. 21:37
“250명의 연구자, 산업계 관계자 모두가 주역입니다.”(원유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항우연과 기업들이 레고 블록 맞추든 협업했죠.”(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
누리호(KSLV-II) 발사에 성공한 다음날인 22일 항우연과 각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등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감격했다” “최고의 날이었다” 같은 감탄사를 쏟아내면서도 한결같이 ‘협업’이란 키워드를 잊지 않았다. 항우연과 기업들의 긴밀한 ‘민관 콜라보’가 없었다면 우주시대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관의 완벽한 하모니
박효원 현대중공업 책임은 “모든 참여기업과 기관이 ‘원 팀’으로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했다. 박 책임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해결이 중요하니까 밤이 늦어도 바로 차를 몰고 6시간을 갔다”며 “책임소재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이 수석연구원은 누리호와의 첫 교신이 확인된 순간 “대학 입시를 본 뒤 합격증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누리호 프로젝트 전 과정에 대해 “항우연이 레고 블록의 밑그림, 크기, 색상을 그리면 기업들은 블록을 실제 조립하고 공정을 개발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요약했다. 모든 참여기관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기에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완벽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상연 항우연 발사체보증팀장은 “카운트다운 당시에는 위에 경련이 생길 정도로 긴장했고, 발사체가 이륙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꿈인가 싶었다”고 전했다. 조 팀장은 이어 “민간기업과 항우연 연구원들이 진짜 한마음으로 노력한 덕분이다”며 “발사가 한 차례 연기돼 힘들고 지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게 성공요인”이라고 했다.
순수 국산 기술의 기적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장은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10년의 노고를 한 방에 날려 보내는 느낌이었다. 3단 분리 시 속도가 기준점인 초당 7.5㎞를 넘어 7.9㎞로 날고 있다기에 무조건 성공이구나 싶었다”며 전날의 전율을 떠올렸다. 김 차장은 “한국의 제작기술은 뛰어나지만 엔진 조립과 발사체 조립은 한 번도 안 해봤던 일”이라며 “7t 엔진의 연소시험을 처음 통과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기억했다.
현대중공업은 누리호의 ‘발사대시스템’ 제작 및 구축을 맡았다. 2013년 나로호(KSLV-I) 발사대가 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였는데 누리호는 47.2m, 200t의 3단 발사체로 커졌다. 박 책임은 “발사대시스템 공정기술의 국산화율을 이번에 100%로 끌어올려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김진한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부 책임연구원은 “나로호 실패 후 러시아에서 딱 1장에 기록된 비행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너무 부러웠다”며 “이젠 그 데이터를 자체 생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선 관련 연구 인력은 미국과 러시아는 수만 명에 이르고 일본도 1500~2000명 수준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5분의 1도 안 되는 250명의 연구 인력이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뿌듯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기계산업과 제조업 수준이 높아진 덕분”이라며 민간의 공에도 엄지를 들어올렸다.
“우주사업도 민간 주도로 가야”
정부는 우주발사체 사업을 추후 민간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누리호 의 주역들 역시 같은 생각이다.
KAI의 이 수석연구원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라며 “이젠 한국 기술 수준이 올라왔으니 민간 사업체가 주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면 이익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물량을 발주해야 결국 기업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책임은 “기업들이 인력과 인프라를 계속 유지하려면 누리호 외에도 계속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관련 협력업체들의 부품도 계속 쓰고, 추가 개발도 해야 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우연과 기업들이 레고 블록 맞추든 협업했죠.”(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
누리호(KSLV-II) 발사에 성공한 다음날인 22일 항우연과 각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등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감격했다” “최고의 날이었다” 같은 감탄사를 쏟아내면서도 한결같이 ‘협업’이란 키워드를 잊지 않았다. 항우연과 기업들의 긴밀한 ‘민관 콜라보’가 없었다면 우주시대를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관의 완벽한 하모니
박효원 현대중공업 책임은 “모든 참여기업과 기관이 ‘원 팀’으로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했다. 박 책임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해결이 중요하니까 밤이 늦어도 바로 차를 몰고 6시간을 갔다”며 “책임소재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이 수석연구원은 누리호와의 첫 교신이 확인된 순간 “대학 입시를 본 뒤 합격증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누리호 프로젝트 전 과정에 대해 “항우연이 레고 블록의 밑그림, 크기, 색상을 그리면 기업들은 블록을 실제 조립하고 공정을 개발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요약했다. 모든 참여기관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기에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완벽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상연 항우연 발사체보증팀장은 “카운트다운 당시에는 위에 경련이 생길 정도로 긴장했고, 발사체가 이륙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꿈인가 싶었다”고 전했다. 조 팀장은 이어 “민간기업과 항우연 연구원들이 진짜 한마음으로 노력한 덕분이다”며 “발사가 한 차례 연기돼 힘들고 지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게 성공요인”이라고 했다.
순수 국산 기술의 기적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장은 누리호 엔진 개발에 참여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10년의 노고를 한 방에 날려 보내는 느낌이었다. 3단 분리 시 속도가 기준점인 초당 7.5㎞를 넘어 7.9㎞로 날고 있다기에 무조건 성공이구나 싶었다”며 전날의 전율을 떠올렸다. 김 차장은 “한국의 제작기술은 뛰어나지만 엔진 조립과 발사체 조립은 한 번도 안 해봤던 일”이라며 “7t 엔진의 연소시험을 처음 통과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기억했다.
현대중공업은 누리호의 ‘발사대시스템’ 제작 및 구축을 맡았다. 2013년 나로호(KSLV-I) 발사대가 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였는데 누리호는 47.2m, 200t의 3단 발사체로 커졌다. 박 책임은 “발사대시스템 공정기술의 국산화율을 이번에 100%로 끌어올려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김진한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부 책임연구원은 “나로호 실패 후 러시아에서 딱 1장에 기록된 비행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너무 부러웠다”며 “이젠 그 데이터를 자체 생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선 관련 연구 인력은 미국과 러시아는 수만 명에 이르고 일본도 1500~2000명 수준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5분의 1도 안 되는 250명의 연구 인력이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뿌듯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기계산업과 제조업 수준이 높아진 덕분”이라며 민간의 공에도 엄지를 들어올렸다.
“우주사업도 민간 주도로 가야”
정부는 우주발사체 사업을 추후 민간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누리호 의 주역들 역시 같은 생각이다.
KAI의 이 수석연구원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라며 “이젠 한국 기술 수준이 올라왔으니 민간 사업체가 주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면 이익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물량을 발주해야 결국 기업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책임은 “기업들이 인력과 인프라를 계속 유지하려면 누리호 외에도 계속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관련 협력업체들의 부품도 계속 쓰고, 추가 개발도 해야 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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