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인사 번복' 꼬이는 해명에 '대통령실 입김' 의혹 여전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유경선 기자 2022. 6. 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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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 복잡한 경찰청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행안부 “소통 오류”
‘경찰 출신 파견자 책임’ 몰아
“실무자 오류”라던 경찰청은
“행안부가 수정 요청” 말 바꿔
보직 바뀐 대상자들 놓고
문 정부 인사 찍어내기 뒷말

사상 초유의 치안감 전보 인사 번복 사태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가 경찰을 틀어쥐려다 벌어진 일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에서는 경찰 인사안을 수정·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고, 행정안전부는 “경찰이 결재가 나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를 해서 이 사달이 났다”며 경찰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확정되지도 않은 인사안을 경찰이 내부에 공지하고 언론에 공표까지 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과 경찰의 기존 업무 관행에 비추어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사 번복의 ‘배경’을 둘러싼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4시 무렵 행안부로부터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상민 장관이 조지아 출장을 갔다가 오후 늦게 귀국하자마자 기습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경찰청 인사과는 오후 6시15쯤 행안부 치안정책관실로부터 ‘치안감 인사안’이란 제목의 e메일을 받았다. 이 인사안은 오후 7시12분쯤 경찰 내부망에 게시됐다. 비슷한 시각, 언론에도 같은 인사안이 배포됐다.

그런데 오후 8시가 넘어 행안부에 파견된 경찰 출신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언론에 보도된 게 최종안이 아니다”라는 연락이 경찰청에 유선으로 왔다. 경찰청은 오후 8시38분 행안부로부터 휴대전화 메신저와 e메일을 통해 수정된 인사안을 받았고, 이를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보고한 뒤 오후 9시34분쯤 경찰 내부망에 공지했다. 언론에도 수정된 인사안이 배포됐다.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전보 인사가 불과 2시간여 만에 뒤집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첫 인사안이 정권 핵심부의 뜻에 맞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는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일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경찰 통제안을 발표한 날이었다. 이에 경찰청은 “법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냈는데, 이 장관은 보란 듯이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번복 역시 경찰에 대한 일종의 ‘군기잡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찰청의 오락가락한 해명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경찰청은 오후 10시10분쯤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실무자가 최종 버전을 올려야 하는데 중간 버전을 잘못 올렸다”며 “행안부가 관여한 바는 없다”고 둘러댔다. 그로부터 1시간20분여 뒤에는 “행안부에서 최종본이라고 온 것을 통보받아 내부망에 게시한 것인데 행안부에서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안이 최종본이라며 수정을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다.

행안부는 사태의 책임을 경찰 인사들에게 돌렸다. 행안부 관계자는 22일 “인사 명단 관리는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담당하는데, 치안정책관은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경무관으로 해당 인사의 실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자신들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중간에 (인사안이) 왔다갔다 하면서 혼선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경찰 인사안을 수정·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 행안부 장관이 제청한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안부 장관 재가 없이 부처 치안정책관이 실수로 1차 인사안을 경찰청에 전달했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경찰청장 A씨는 “인사담당자가 A안과 B안을 가지고 있다가 실수로 최종안이 아닌 걸 전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 창설 이래 안을 잘못 올렸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장관이 아니면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유경선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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