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서르닉 "아마존·구글·MS, 이젠 '더 큰 테크' 각국 규제 법안은 공익 보장 역부족"[경향포럼]
2018년 4월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페이스북(현 메타)의 개인정보 무단 유출과 관련한 청문회가 열렸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의원들의 질의를 이리저리 피해갔다. 정작 이슈가 된 건 저커버그가 들고 있던 ‘예상 질의응답’ 노트였다. 저커버그는 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페이스북 해체 요구가 나올 것에 대비해 “페이스북 해체는 중국에 기회가 된다”는 답변을 준비했다. 그는 이후에도 수차례 미 의원들을 만나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미국의 가치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닉 서르닉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강연에서 이 사건을 “‘빅테크(Big Tech,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정보기술 업체)’ 기업들이 가진 ‘인프라 파워’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빅테크 기업들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적인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닉 서르닉은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디지털 경제 부문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 저서 <플랫폼 자본주의>를 통해 일찌감치 폴랫폼 경제에 내재된 ‘자본주의’의 속성을 냉철하게 파헤친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 책에서 서르닉은 독점 기업들이 낮은 수익률로 인해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많은 빅테크 업체들이 <플랫폼 자본주의>의 우울한 전망을 따르고 있다. 한때 늘어난 유동성 덕분에 손쉽게 투자금을 얻을 수 있었던 이들 업체는 이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서르닉은 “많은 빅테크들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3곳은 의존성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인프라 파워를 확대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 넷플릭스 등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AWS)에 의존하고 있다. 서르닉은 아마존·구글·MS를 ‘더 큰 테크(Bigger Tech)’라고 칭했다.
하지만 나라별 경쟁당국의 빅테크 규제 법안은 공익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서르닉은 “지금의 법규는 빅테크 기업들의 집중화된 힘을 줄이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경쟁당국들은 대부분 광고나 전자상거래 분야 규제에 치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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