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발덴스트룀 "부의 개념에 '복지 자산'도 포함해야..유럽 사회안전망, 코로나 충격 상쇄"[경향포럼]
보통 ‘부’라고 하면 주택, 저축, 주식 같은 것들을 떠올린다. 20년 동안 불평등 연구에 집중한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IFN) 교수는 이 통념을 깨는 대담한 주장을 펴는 학자다. 연기금 같은 ‘복지 자산’ 역시 부에 더해 불평등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체계를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대응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라고 부른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22일 <2022 경향포럼>에서 ‘위기 시대의 양극화: 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사회보장을 부에 추가하면 유럽 등 복지국가의 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스웨덴에서는 복지를 감안하면 개인들의 부가 증가하며 부의 불평등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 격차가 커지고 노동 소득은 줄면서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발덴스트룀 교수는 거시적 관점에서 “100년 전과 비교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부가 분배됐다”고 분석했다. 20세기 초 유럽에선 상위 1%가 전체 부의 70%를 가졌지만, 2000년대 들어선 20~30%대로 떨어졌다.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처럼 부의 집중을 상징하는 ‘슈퍼리치’가 빈번하게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한 유럽은 다르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복지국가가 등장하면서 지난 100년 동안 부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며 “연기금의 경우 미래에 지급받게 될 자산이지만, 건강한 국가에서는 이 연기금이 믿을 수 있는 약속이 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는 코로나19 충격을 상쇄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도 됐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선진국에선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불평등이 오히려 완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유럽의 사회안전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런 체계가 없다면 수표를 나눠준 미국처럼 극단적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임금 인상 요구가 다시 인플레이션 기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평등이 더 적은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좀 더 유리한 입장”이라고 했다.
결국 성장하는 시장경제에서 정책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해야 하고, 정치가 이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발덴스트룀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포용적 성장’을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며 “시장이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잘 작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탄소세 등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도록 하는 규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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