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 비워둔 채 또다시 한동훈이 주도한 검찰 인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 정기 인사가 22일 발표됐다. 간부급 인사로는 지난달 18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인사도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로 이뤄졌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해야 한다. 법무부도 이 같은 법 규정을 의식한 듯 “검찰총장 직무대리와 과거 어느 때보다 실질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장 직무대리 역시 ‘윤석열 사단’의 핵심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다. 장관·총장 간 인사 논의 과정에서 ‘건전한 긴장’이 있었을 리 없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이번 인사는 ‘한동훈 인사’이며 ‘검찰총장 패싱’ 인사다.
이날 인사에선 대검 검사급 검사(고검장·검사장) 33명에 대한 승진·전보가 이뤄졌다. 인사 내용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 있는 검사들이 대거 검사장 승진 명단에 오르고, 요직에도 발탁됐다.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는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특수1부장을 맡았고,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냈다. 대검 형사부장을 맡게 된 황병주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도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시절 각각 중앙지검과 대검에서 핵심 보직을 맡은 바 있다. 사상 최초 여성 고검장(노정연 신임 부산고검장)이 탄생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그 역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당시 윤 대통령, 이노공 법무부 차관,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카풀’을 함께한 인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직사회에서 리더십의 핵심 기반은 인사권이다. 그런데 차기 검찰총장은 요직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뒤 취임하게 될 것이다. 누가 총장에 오르더라도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의지를 실무적으로 이행하는 ‘식물 총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의 수장을 비워놓은 채 한 장관에게 인사를 일임하고 있으니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도 너무나 늦었지만, 하루빨리 총장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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