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이 여인처럼… 오후 3시전 20분 낮잠은 ‘보약’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는 여인
“나도 자고 싶다” 편안함 느껴져
6월이지만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놓여 있다. 일상이 금세 지친다. 게다가 낮이 가장 긴 날들이다. 낮잠이라도 늘어지게 한판 하고픈 날들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1830~1896년)이 그린 ‘타오르는 6월’(Flaming June) 속 여인이 바로 그 모습이다. 어찌나 맛있게 자는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잠을 자고 싶어진다. 배경이 밝은 것으로 보아 여인은 낮잠을 자고 있다. 엄마 자궁 속 태아처럼 웅크리고 잔다. 태아 자세는 본성적으로 인간에게 아늑함을 안긴다. 화가는 오른팔의 각도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여인의 허벅지는 체격에 비해 튼실하게 묘사되어 있고, 오렌지색 드레스는 환하고 활력 있는 분위기를 준다. 그래서인지 낮잠의 미학이 느껴진다.
대개 오후 2~3시 사이에 가장 졸린다. 이 시간에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나 작업장 사고가 많다. 그렇기에 그 시간대 20분 이내로 짧게 취하는 낮잠은 뇌에 휴식과 활력을 준다. 단 3시 이후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낮잠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빈 공간을 만들 여유를 주어 자는 동안 학습이 일어나고 복잡하게 엉켜있던 것들이 풀리는 효과까지 있다”며 “일상이 지치고 머리가 복잡할 때 20분 이내의 낮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약”이라고 말했다. “낮잠을 자기 전에 적정량 커피를 섭취하고 자면, 20분 자는 사이에 커피 속 카페인이 대사되어 온 몸으로 퍼져서, 낮잠 자고 난 다음에 뇌의 각성도가 최고조로 올라간다”고 하 교수는 덧붙였다.
프레더릭 레이턴은 화가로서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남작 작위를 받았다. 그것도 세습되는 작위였다. 하지만 그는 작위 서훈이 공포된 다음 날 협심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남작을 이어받을 가족도 없었다.
그는 왜 낮잠 자는 여인을 그리면서 ‘타오르는 6월’이라고 했을까. 화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암시였을까. 타오를 때 쉼표를 가지라는 의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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