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 재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뮤지컬 '포미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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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소설 '달과 6펜스'에서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주인공 천재 화가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가족과 직업을 내버리고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한다.
제니 역의 한재아는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거칠지만 동시에 두려움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잘 보여줬고, 늙고 쪼그라든 몸뚱이 안에 죄책감과 비밀을 담고 사는 피아노 선생 크뤼거 역의 이봉련의 연기는 거친 전개를 다독이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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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소설 '달과 6펜스'에서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주인공 천재 화가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가족과 직업을 내버리고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한다.
사후 전설적인 화가로 칭송받지만, 사는 내내 고통받았던 스트릭랜드의 삶을 되돌아보면 천재적 재능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호하다.
2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포미니츠'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제니'도 스트릭랜드와 같은 종류의 천재다.
피아노 신동에 집착하는 부모를 떠났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갇힌 제니는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거친 싸움에 손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도 계속 피아노를 연주한다.
제니는 "나의 전부를 가져간 피아노, 저주받은 피아노"라고 원망하면서도 결국 탈옥까지 하며 콩쿠르 본선 무대에 오르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부은 원초적인 연주를 모두에게 선보인다.
건반뿐만 아니라 피아노 현을 튕기고 발을 구르다가 피아노를 손바닥으로 치는 이 4분짜리 파격적인 연주 장면은 마치 제니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과도 같다.
마지막 연주 직후 제니의 피아노 선생님인 크뤼거가 관객석에 내려와 '브라보'를 외치면서 관객들은 뮤지컬이 아닌 제니의 콩쿠르를 보러 온 것 같은 기묘한 느낌에 빠진다.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인지라 피아니스트 김경민이 극 전반에 걸쳐 실제로 타건한다.
2층 높이 배경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와 무대 위 배우가 한눈에 담기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실제 연주자의 뒷모습을 보여줘 생생함을 살렸다.
제니 역의 한재아는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거칠지만 동시에 두려움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잘 보여줬고, 늙고 쪼그라든 몸뚱이 안에 죄책감과 비밀을 담고 사는 피아노 선생 크뤼거 역의 이봉련의 연기는 거친 전개를 다독이는 역할을 했다.
다만, 제니와 크뤼거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천재를 시기한 '살리에르' 역할을 하는 간수 뮈체와 크뤼거의 옛 연인 한나의 서사가 단편적으로만 등장하는 점은 아쉽다.
이 작품은 독일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작년에 초연된 뒤 1년 만에 다시 재연하게 됐다.
이번 공연은 8월 14일까지 이어진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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