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금리인상기 은행도 자본확충 '녹록치' 않네

우형준 기자 2022. 6. 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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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 주문대로 자본건전성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이 긴축 본격화를 선언한 이후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건전성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은행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조건부자본증권을 연이어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오늘(22일) 296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각각 3320억원과 3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자본건전성을 확보하고, 인수·합병(M&A) 기반을 마련하는 등 운용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왜 발행하는 것인지, 또 이 증권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복잡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근데 조건부자본증권이 뭐야?


조건부자본증권이란 일명 'CoCo본드'라고도 부릅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은 1).신종자본증권과 2).후순위채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후순위채는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일반적인 선순위채보다 후순위인 채권을 말합니다.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를 먼저 갚은 이후 맨 마지막에 원리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일반 채권보다 손실을 입을 위험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후순위채는 일반적인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습니다.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는 은행이 발행한 만기 5년 이상인 장기 후순위채를 자본으로 인정해줍니다.

때문에 후순위채는 은행들의 자본 확충 수단으로 쓰이는게 보편적입니다. 오늘(22일) 하나은행이 2960억 규모로 발행했습니다.

그럼 신종자본증권은 뭔데?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불립니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30년 등 매우 길어 채권처럼 해마다 일정한 이자나 배당금을 줍니다.

주로 금융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하는데 발행사가 부실화될 경우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게 됩니다.

또 특정 요건 발생하면 발행사의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신종자본증권도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발행 시 자본비율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들이 인수합병 실탄 마련 등에 요긴한 방법으로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이 지난달 2010년 이후 최대인 3230억 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 15일 3000억 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에 은행들이 왜 계속 발행하는거야?
최근 00은행 000억원 후순위채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란 기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은행들이 계속해서 발행하는 이유는 두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에 건전성 제고를 요구한 상태입니다. 우크라 전쟁,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등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고,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아직 종료되지 않아 '실탄'을 많이 확보해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22일) 한은이 발표한 부채 현황을 보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이 올해 1분기 34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훌쩍 넘어 선 수치입니다. 

올해 1월 말 기준 중소기업·소상공인 중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를 받고 있는 대출만 133조 4000억 원에 달합니다.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위탁 보증 부실률은 2020년 말 0.2%에서 6개월 만에 1%를 넘더니 올 5월 말 기준 2.4%를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9월 이후 부실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22일) 발표한 한국은행 통계를 볼까요?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향후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이 큰 폭 하락했음에도 최근 국내은행 기업대출의 부실은 확대되지 않고 오히려 축소되는, 이른바 '부도 갭(bankruptcy gap)'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만약 손실이 현실화한다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즉, 은행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한 사람이 늘거나 돈을 빌린 기업들의 부실을 우려해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둘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도 최근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만큼 은행권을 향한 충당금 적립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실제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직후부터 리스크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습니다. 이 같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이유도 취약차주의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자본 증액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중금리 급등에 따른 발행 영향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있습니다. 우선 금융사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 후반에서 5% 초반입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5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겨우 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제시했던 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리면서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같은 이유는 채권금리 변동성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 표를 보시는 것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충격으로 28년 만에 0.75%포인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자 10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후순위채 발행금리가 치솟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후순위채는 변동금리로 발행하게 됩니다. 수요예측 이후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최종발행금리가 한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국고채 금리가 하루에 20bp 넘게 뛰어오르는 등 극심한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30일 이사회에서 후순위채권 발행 승인 났는데도 아직 발행 시점을 못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건부자본증권은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채권 전문가는 "채권 금리 롤러코스터 상황이 15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채권전문가 10명 중 6명은 다음 달 채권금리와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데 따른 영향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잇따라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하는 분위기입니다. 자본을 늘려놔야 늘어나는 대출 수요와 앞으로 닥칠지 모를 2차 금융위기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KB·신한·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사에 BIS비율을 11.5%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은행들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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