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 김우빈"..'룸쉐어링' 최우성, 데뷔 4년차에 느낀 연기 재미[인터뷰 종합]
[OSEN=김보라 기자] 사랑을 주고, 갈구하는 성실한 청년. 영화 ‘룸 쉐어링’에서 배우 최우성(26)이 연기한 한지웅은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도 따뜻한 요즘 시대 보기 드문 대학생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그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어 하는데, 어쩐지 최우성과 닮아 보인다.
지웅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보이지만 그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외롭게 자랐다는 것. 빼려고 하면 더 깊숙이 박히는 가시처럼 가진 게 없어서 자립해야 하는 고아라는 현실이 그를 힘겹게 만든다. 그럴수록 지웅은 전공을 살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당차게 앞으로 나간다.
오늘(22일) 극장 개봉한 ‘룸 쉐어링’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와 함께 대학에 입학하고도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학비, 월세를 충당하며 ‘N포 세대’로 전락한 20대 청춘들의 삶을 담았다.
‘룸 쉐어링’(감독 이순성, 제공배급 엔픽플·엔픽블록·트윈플러스파트너스·TS나린시네마)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나문희 분)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최우성 분)의 한집살이 프로젝트를 표방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현실을 반영한 대학생, 홀로 사는 할머니 캐릭터가 우리 앞에 놓인 사회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최우성은 동국대 연극학과 출신으로 지난 2019년 방송된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배우 신민아(39), 김우빈(34) 등이 속한 현재의 소속사를 22살에 만난 그는 데뷔 후 ‘웰컴2 라이프’ ‘사이코지만 괜찮아’ ‘간 떨어지는 동거’ ‘경찰수업’ ‘멜랑꼴리아’ ‘오프닝-XX+XY’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룸 쉐어링’은 그의 필모를 차지하는 첫 번째 영화다.
최우성은 22일 서울 합정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기자님들과 같이 보니까 집중이 안 되더라. 그래도 최대한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했다”고 영화 데뷔 소감을 전했다.
그가 맡은 지웅은 최우성만이 가진 해맑음이 살아나 스크린에서 말갛게 돋보인다. N포 세대를 살아가는 지친 캐릭터에 피와 살을 입히는 건 바로 최우성. 그는 “제가 영화는 처음이라서 경험이 많은 감독님, 나문희 선배님에게 의지했다”며 “지웅이가 불의를 못 참고 주먹을 날리기도 하니까 저는 금분 할머니 앞에서도 엄청 착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분석했는데, 감독님은 마치 강아지처럼 수그리는 모습을 원하셨다. 아무래도 지웅이 할머니의 집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많은 사건을 겪으며 깨져서) 지웅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 성격적으로 모나지 않길 바라셨다”고 말했다.
지웅은 부모 없이 힘들게 자랐지만 자신의 꿈을 잃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다. 최우성이 살아온 지난 26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자신의 경험치를 캐릭터에 녹여냈지만, 실제 자신의 성격과 일상의 토대가 달라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나 유튜브를 찾아보며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다. 저는 술 취한 장면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집에서 밤에 혼자 준비할 때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대낮에 차가 많이 다니는 곳에서 하려고 하니 집중이 안 됐다. 제가 생각한 것과 함께 현장의 변수까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비를 하고 가야 변수에 대응을 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많이 준비를 하려고 한다.”
이날 최우성은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내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작년엔 저렇게 연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찍었는지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됐다. 제가 영화를 처음 해서 그땐 제 생각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감독님과 나문희 선배님에게 의지했다. 경험이 많은 감독님의 생각이 맞을 테니까 저는 감독님의 말에 따랐다. 지금의 내가 지웅을 연기한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저는 금분 할머니 앞에선 세보이지 않으려고 성격적인 부분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가고 최우성은 대선배 나문희(82)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나문희 선생님에게 많이 배웠다. 연기 경력이 60년 이상 되셨는데도 촬영장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신다. 어떨 때는 저보다 더 열심히 하시는 거 같아 반성했다. 현장에서 나문희 선생님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얘기를 계속 나눴다. 선생님이 먼저 ‘대사 리딩을 해보자’고도 하셨다. 그때그때 선생님에게 코멘트를 받았는데 특히 대사톤이나 딕션을 많이 잡아주셨다. 저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해서 대사를 얼버무리곤 했었는데, 선생님이 딕션에서 오는 게 크기 때문에 또박또박 말하라고 짚어주셨다”고 밝혔다.
김우빈이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최우성은 “사람들에게 ‘김우빈을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웃음) 우빈 선배님이 평소 인성이 바르기로 소문이 나지 않았나. 저도 그렇게 살고 싶고, 사람들에게 바른 배우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최우성은 중학교 때 우연찮게 접한 연극에 재미를 느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까지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제가 O형이지만 MBTI가 ‘ISFP’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릴 때는 친구들과 많이 못 어울렸다. 근데 중학교 2학년 때 중앙대에서 주최하는 연극캠프에 4박 5일 동안 가게 됐다. 학교에 난 공고를 보고 선생님이 추천을 해주셨던 거다. 연극캠프에 가서 연기를 하며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니까 제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연기 생각이 났고, 취미반으로 연기학원에 다녔다. 그때는 배우가 되고 싶다기보다 취미로 했던 건데, 계속 하다 보니 대학도 이 분야로 가고 싶었다. 부모님께서는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셔서 고 3때 입시반으로 바꿨고 자연스럽게 연극학과로 진학했다.”
2019년 데뷔해 아직 햇수로 4년차지만, 그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응시하며 작품 안에서 하나씩 풀어내 영역을 넓혀가고자 한다.
“최우성이라는 사람이 드라마와 영화, 공연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 작품을 의심 없이 봐주시길 바란다. ‘믿보배’로 불리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제게 너무 큰 꿈인 거 같다. 제가 맡은 캐릭터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의 스토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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