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완화가 부자감세?..稅부담 줄면 투자·고용 모두 늘었다

세종=서일범 기자 2022. 6. 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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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업을 뛰게하자 2부-규제 주머니 OUT]
<3> 기업 활력 키우는 세제 개편
巨野, 법인세 인하 정책에 "MB식 실패 답습" 반대하지만
실증분석 결과 최고세율1%P 내리면 설비투자 3.6% 증가
법인세 늘면 되레 임금 낮아져..서민층 고통만 커질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과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최근 법인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방향을 공식 발표하자 재계에서는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단순히 세금을 깎아줘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정책 기조에 깔려 있던 반(反)대기업 정서가 해소됐다는 시그널로 이번 대책이 해석됐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기업의 대관 담당 임원은 22일 “문재인 정부도 말로는 친기업을 외쳤지만 당이나 국회에서는 ‘혼을 내야 말을 듣는다’는 기본 인식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대책이나 대안도 눈치 보지 않고 활발하게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 주도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정부와 달리 입법권을 틀어쥐고 있는 여당이 감세 정책 전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규제 완화로 법인세를 앞세워 흘러간 유행가를 또 틀기 시작했다”며 “이명박 정부 때 실현된 법인세 인하도 투자 유인 효과가 없었다는 게 통계적으로 확인됐고 정부의 정책방향이 첫 단추부터 완전히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같은 날 “법인세율 인하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기업의 투자 행위에는 조세 이외 다른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세제 전문가들은 이런 지적에 대체로 “편향된 인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인세 등 세금 부담이 오르면 기업이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전가해 경제 전반적으로 비효율성이 증대되는 숨은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경제학자들이 법인세와 관련해 ‘많이 번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경제 전반의 효용을 높이는 복합함수 측면에서 다가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낮은 반면 재정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므로 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한 지 7년이 지난 2016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 기업의 투자율은 0.2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법인세율을 28%에서 27%로 인하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상장 기업의 투자 실태를 분석한 자료다. KDI는 “우리나라 상장 기업은 법인세율이 인하될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투자를 확대했다”며 “기업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를 엄격히 제한하면 더 큰 투자 유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 투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야당의 주장과는 반대의 결과인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 30년 동안(1992~2021년) 법인세 최고세율 변화가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 분석한 결과 최고세율이 1%포인트 내려가면 설비투자는 3.6%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늘어나면 이 비용이 전가돼 근로자 임금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별 변이를 활용한 법인세 부담의 귀착효과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 한계실효세율이 10% 증가할 때 개인의 임금은 평균 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고물가·고금리 상태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추론한 결과다. 시장 경쟁 구도가 독점적이라고 가정하면 노동자 임금은 최대 5.2%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빛마로 조세연 조세재정전망센터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면하는 법인세의 한계적 세 부담이 증가할 때 부담 일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이런 부담 전가 현상은 풀타임 노동자보다 파트타임 노동자에게 더욱 명확하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부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 늘린 세 부담이 실제로는 취약계층에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정쟁 때문에 법인세 인하 등 경제정책 결정이 지연된다면 국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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