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스파이? 삶 개척하는 여성 강조
2016년 초연후 3번째 공연
주인공 옥주현 공연 매진
마마무 솔라 데뷔도 호평
8월 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어느덧 3번째 공연에 나서는 뮤지컬 '마타하리'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스파이 대신 인간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를 돌파하려 한다. 2016년 초연, 2017년 재공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오면서 생긴 변화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파산 후 학대를 당하고,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 주둔하던 군인과 사랑 없는 결혼 후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살아가던 여인이 191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마타하리(말레이어로 새벽의 눈동자)'라는 가명을 쓰는 무희로 데뷔해 유명세를 얻는 것까지만 해도 이미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군사정보를 판 이중간첩 혐의가 더해지면 긴장감 역시 함께 고조된다.
마르가레타(마가레타) 젤러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고, 괴로운 시대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노력이 줄거리가 된다. 조종사인 아르망 소위(윤소호·이홍기·김성식·이창섭)와 사랑에 빠지지만 프랑스 정보당국 최고책임자인 라두 대령(최민철·김바울)의 계략에 휘말려 스파이가 되고 비극적인 최후까지 맞게 된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실제 역사에서 마타 하리의 이중간첩설이 허위였을 수 있다는 것도, 프랑스 군부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설도 더 이상 큰 의미는 없어진다. 화려하게 날아올랐다가 시대에 막혀 추락하는 과정 속에서도 끝까지 분투하는 모습만이 남을 뿐이다. 극작가 아이번 멘첼은 이를 두고 "비범한 여성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마타 하리는 남성들이 지시한 삶 대신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사는 것이 범죄가 됐음을 보여준 여성"이라고 말한다.
공연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화려한 무대다. 벨에포크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200벌이 넘는 의상이 제작되어 쓰였고, 3층 높이에 달하는 대규모 세트는 180도로 회전하면서 낭만적인 도시 파리에 있는 여인들과, 참혹한 전쟁터 참호에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오가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성 서사의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생긴 변화들이다. 두 개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여주기 위해 김지혜, 최진 두 명의 무용수가 '마가레타' 역을 맡아 춤으로 마타하리의 내면을 표현한다. 또한 이혼 후 파리로 건너 온 마가레타가 마타하리로 거듭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안나(한지연·최나래) 배역이 새로 생겼다.
파리로 온 순간부터, 좋았던 시절,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가족 같은 존재다. 역사 속에서 러시아 조종사였던 아르망 역시 사랑에 빠진 프랑스 조종사로 다소 평면적일 수 있지만 정체성을 고백하는 연인 앞에서 "이름을 바꾼 거네?"라며 편안하게 받아주는 위안이 된다. 초연 때부터 마타하리 역을 맡아온 뮤지컬 배우 옥주현 무대는 매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마마무의 솔라 역시 호연을 펼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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