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이어 '강제 북송'으로.. 與野, 정보공개 여론전 확산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 요구
尹대통령 강제북송 조사 언급에
인권단체 "법 바로잡는 일" 환영
민주당, 남북문제 정쟁화 맹비난
정보공개엔 "꺼릴 것 없어" 맞불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정권과 연루된 인권침해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정보공개 전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산하 매체인 미국의소리(VOA)는 22일 한국어판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3년 전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사건'의 진실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국 내 인권 전문가들은 '국제법과 한국 헌법 위반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 관련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사살·시신훼손을 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 사건에 대해 최근 해양경찰청 등 당국은 고인에 내렸던 '자진 월북' 판단을 약 2년 만에 근거 부족으로 뒤집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를 띄워 재조사 여론전에 나섰고, 2019년 11월 정부가 어선 탈북 후 귀순의사를 표명한 2명에 집단살인 혐의가 있다며 판문점 북측으로 강제 인계한 사건도 재겨냥했다.
윤 대통령이 탈북어민 강제북송에 대해 언급하자,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를 통해 "당시 사건의 처리 방식을 놓고 큰 논란이 있었다"며 "한국은 훌륭한 법률제도를 갖추고 있어 당시 탈북 선원들을 재판에 넘겨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우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인권단체들은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선원들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일 법적 조치를 취하는 대신, 살인자라는 북한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의존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상세 조사결과를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도 매체에 "이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을 얼마나 비겁하게 대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을 바로 잡을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진상조사 TF는 전날 서해 피살 공무원 이대준씨에 대한 인권침해를 처음 지적한 국가인권위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인천 송도 해경청을 방문했다. TF는 국방부·국가정보원·외교부·통일부 방문도 앞두고 있다.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월북이라는 2년 전 중간수사 결과에 문제가 많다"며 "해경의 자발적 수사에 의한 결론이 아니라 외부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TF위원인 안병길 의원은 "해경이 사실을 왜곡·과장추정하고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신원식 의원도 "월북했다는 징후보다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훨씬 많았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은 고인의 피격사망 사실을 제외하고 해경 측이 월북 근거로 들었던 구명조끼·슬리퍼·바다 조류·도박빚·정신적공황 등이 모두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 군 특별취급정보(SI) 감청자료에 '월북' 언급이 나왔다는 설은 청와대 자료를 공개해 밝혀내야 한다며,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 요구로 야당을 압박했다. 이대준씨가 북측에 발견된 뒤 사살되기까지 6시간여 동안 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 받았는지, 청와대 대응 과정이 미흡했는지 등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이대준씨 친형 이래진씨와 유족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사건 핵심 관계자인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유족 측은 오는 23일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정보공개 여부 답변서를 받을 예정이다. 기록물 열람이 관철되지 않으면 24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국회 표결 협조를 요청하고, 이조차 민주당에서 거부하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고발할 것이란 입장이다.
민주당은 수세로 몰리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남북 사이의 일들을 모두 문제 삼아서 하나씩 공개하고, 정쟁화하면 남북 대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며 "이것을 정쟁 대상으로 삼아서 국민의힘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뭔지 좀 한심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 공개 요구엔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공개와 관련된 협상 진행은 원내대표 간 대화에서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기호·권준영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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