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냉골 학대' 집유판결 후폭풍.. 의사·아동 단체, 재판부 규탄

김준호 기자 2022. 6.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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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창원지법 앞에서 의사·아동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입양 아들을 학대하고 방임한 양부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창원=김준호 기자

일명 ‘김해 냉골 학대’ 사건과 관련한 법원 판결에 대해 의사·아동관련 단체들의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세지는 여론에 법원 차원에서 입장을 냈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새로운가족지원협회, 한국지역아동센터 연합회 경남지부 등 4개 단체는 ‘솜방망이 판결로 법원이 아동학대 방조’ ‘창원지법은 아동학대 근절의 의지가 있는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3차례나 학대신고를 당한 양부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은 솜방망이 처분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입양 아들을 학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40대 양부모에 대한 창원지법의 판결을 규탄했다.

해당 사건은 김해에 사는 초등학생 A군이 10살이던 지난 2020년 12월 양부모로부터 폭언에 시달리고, 한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원룸에 방치돼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거나, 찬물에 목욕하는 등 학대를 당했다며 스스로 지구대를 찾아가 신고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수사 결과 A군 양부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A군이 지구대를 찾아 신고하게 된 12월까지 하루 한 번가량 방문해 음식을 공급할 뿐 A군이 혼자 생활하거나 잠을 자도록 하는 등 보호·양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을 했다. 또 날씨가 추워 온수를 틀어 달라는 A군에게 “군대에서는 원래 찬물로 씻는다”며 찬물로 씻도록 하거나,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마라. 이 XX 쓰레기야” 등의 욕설을 하는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앞서 양모는 지난 2017년 피해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보호관찰 1년에 상담 위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2년이 지나고 또다시 학대 행위가 적발됐지만, 진술 번복 등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경찰은 현재 무혐의 건에 대해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번 사건 재판 과정에서 A군과 양부모를 영구 분리 조처하는 파양이 필요하고, 양부모에 대해 강력 사건에 준하는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양부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지난 17일 창원지법은 두 사람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도 160시간도 명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 의사·아동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과거 ‘정인이 사건’ 사례처럼 사망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심 재판부는 반복된 범죄 행위에 대해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도 모자라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정 복귀를 암시했다”고 성토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은 “아동학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어떻게 피해 아동의 삶을 평생 망가뜨리는 중범죄인지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없다면 함부로 법대에 앉아서 헌 칼 휘두르듯 판결봉 휘두르지 말라”며 “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법대에 앉아 정의를 행하겠다고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 (판결을 내린) 판사는 오늘이라도 즉각 사직하고 법과 관계되지 않은 일을 할 것을 권한다”고 비판했다.

판결 직후 여론이 거세지면서 창원지법에서도 입장문을 냈다. 창원지법은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서는 앞으로 보호기관 및 전문가와의 협의 하에 피고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한 것은 피해 아동의 가정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며 “피해 아동은 현재 피고인들로부터 분리돼 보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렇게 분리돼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기관 및 전문가와 협의해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호기관 및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피고인들이 그 노력을 다할 것에 대해 주의를 주고 당부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이 보호기관에서 생활할지 가정으로 복귀할지 여부는 형사 재판의 재판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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