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 고공행진, 식량안보 비상..비축량 두달서 석달치로 늘려 대응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사시 국내 수급 대비 위해
저장고 확충에 900억원 투입
해외 곡물 공급망 확대 위해
저금리로 민간기업 자금 지원
식량주권 위해 농지 보존 절실
30% 버리는 음식 쓰레기 심각
밀가루 대체품 '분질미' 주목
가루형태 쌀로 가공 쉬운 품종
전량 공공매입해 기업에 공급
신제품 개발 등 활용 유도할것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곡물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식량 안보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지난 21일 열린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밝혔다. 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식량 위기를 촉발했지만 그 기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 기상이변이 있다"며 "식량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철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제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제곡물이사회와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t당 쌀 가격은 평년 923달러에서 올 6월 1439달러로 뛰었다. 같은 기간 밀은 t당 187달러에서 386달러로, 대두는 337달러에서 624달러로, 옥수수는 154달러에서 302달러로 모두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농식품부는 공공 비축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시설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정 장관은 "유사시에도 국내 수급 상황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 비축 물량을 기존 2개월치에서 3개월치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저온 곡물 저장고를 기존 14개에서 17개로 늘리는 데 900억원을 투입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외 생산지에서 국내로 곡물을 반입하기 위한 민간 기업의 공급망 확보도 지원 사격한다. 정 장관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하림 같은 기업이 해외 곡물 터미널 등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서도록 돕겠다"면서 "내년부터 연 1~1.5%대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해외 투자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나서면 해외 시장 현황 파악과 투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경쟁력 있는 민간 기업을 기르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내놓은 계획이다.
식량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정책 여건은 녹록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식량자급률은 사람이 먹는 곡물의 자급률을 의미한다.
식량자급률이 낮아진 원인으로는 농지면적 감소와 소비품목 다양화를 꼽았다. 2020년 기준 전국 농지는 156만5000㏊로 1970년 229만8000㏊보다 31.9% 줄었다. 또 쌀 소비가 줄어든 대신 밀, 육류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1970년 1인당 5.2㎏에 불과하던 육류 소비량은 2020년 52.5㎏으로 열 배 넘게 늘었다. 사람이 먹는 곡물 외에 축산업에 필요한 곡물도 폭발적으로 는 상황이다. 농지는 줄고 총 곡물 수요량은 늘었으니 부족한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게 돼 자급률이 바닥을 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추락한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으로 정 장관은 분질미를 꼽았다. 분질미는 일반적인 쌀과 달리 밀처럼 가루 형태여서 가공이 쉬운 품종의 쌀이다. 정 장관이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개발했다. 정 장관은 "분질미로 밀가루 소비를 대체하는 한편, 이모작으로 밀을 심으면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쌀 생산을 적절히 조절하고 분질미를 키워 밀가루를 대체하면 예산을 절감하고 자급률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분질미를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분질미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당분간 생산되는 분질미 전량을 공공 매입한 뒤 CJ제일제당, 농심미분, 오리온농협 등 기업에 공급해 신제품 개발을 유도할 예정이다.
식량 안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농지 보전이라고 봤다. 정 장관은 "각종 연구에서 국내 식량 안보를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면적을 160만㏊로 보는데 이미 농지 면적은 이보다 작은 상황"이라며 "지금부터는 기존보다 강력하게 농지를 농지로 보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비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정 장관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음식 중 30%가량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되는 만큼 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근 기자 / 박동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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