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검역 구멍' 우려..당국 "빈발국 검역관리지역 지정 방역강화"
원숭이두창 의심환자가 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한 점이 확인되면서 방역조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의심환자는 진단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으로 확인되긴 했지만 확진자를 발견할 수 있는 1차 관문에서의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빈발국가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발열기준 등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로 신고된 2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한 결과 1명은 양성, 1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음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인 외국인 A씨는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부산으로 이동해 숙소에 머물다 다음날 오전 회사의 안내에 따라 병원을 찾았다. A씨는 입국 전 19일부터 인후통, 림프절 병증, 수포성 피부병변 등 원숭이두창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으나 공항 검역에서 발열 기준을 넘지 않았고 건강상태질문서에 본인이 ‘증상 없음’으로 제출했다. 증상이 있었지만 검역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부산까지 이동해 다음날에야 병원에서 의심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A씨의 증상은 수두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A씨와 같은 의심환자가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으면 지역사회 내 대면 접촉자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검역 구멍’ 비판도 제기된다.
임숙영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피부병변이 나타났다고 해도 옷 밖으로 노출된 곳과 옷에 가려져있는 부분의 피부병변이 조금 다를 것”이라며 “(검역을) 통과하는 그 당시에는 검역관이 발견하기 힘든 부위에 피부병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7일 영국에서 발생한 후 비풍토병 지역에서 확산하면서 방역당국도 사전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4일부터 입국 시 발열체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고 있으며,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국 후 문자 발송으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검역 체계로는 A씨와 같이 거짓 신고를 하는 경우 의심·감염자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복기가 긴 특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백경란 질병청장도 “잠복기 중에 입국하거나 검역단계에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의심환자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며 “발생국가를 방문한 후 의심 증상이 있는 분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건강상태질문서를 허위로 신고한 경우 검역법에 따라서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질병청은 조만간 유럽 등 원숭이두창 빈발국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해당 국가에서 입국할 경우 발열기준을 현재보다 강화해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기준으로 원숭이두창 주요 빈발국은 영국(794명), 스페인(520명), 독일(469명), 프랑스(277명), 캐나다(210명), 미국(113명) 등이다. 중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스라엘(11명), 아랍에미리트(13명), 레바논(1명), 싱가포르(1명), 한국(1명) 등이다. 질병청은 휴대전화 문자 발송이나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code)을 통해 안내를 강화해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한 신고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또 입국 시 잠복기여서 입국 후 증상이 발현된 의심·감염 환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대상 교육·정보 제공을 통해 즉각 신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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