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성장의 '새 출발선'..세수 확충은 고민해야"

김혜지 기자 2022. 6.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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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법인세 개편방안 공청회 개최..전문가 토론
"법인세 낮추면 투자증대? 증거없는 이념적 정책" 반론도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2022.6.22/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22일 조세재정연권이 개최한 관련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 대다수는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재정 악화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탄소세·구글세·부가세 등 세입 확충과 재정지출 축소가 그 대안으로 제시됐다.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실증이 뚜렷하지 않을 뿐더러, 과거에는 연간 수조원의 세수 결손만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이날 개최한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토론 시간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먼저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지난 정부 신설된 25% 최고세율 구간을 폐지하고 배당소득과세제도 등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빠르게 악화하는 대내외 환경 대응을 위해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 부장은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2년 정도는 갈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인세 인하와 조세 지원 확대를 통해 자본의 사용자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는 자본의 사용자 비용 인하와 투자 확대를 불러온다. 김 부장은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경영 활동을 왕성히 하고 국제 경쟁력을 유지·개선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인세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단기 세수 감소를 충분히 상쇄하고 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10~25% 4단계 누진구조를 22% 내외 단일세율로 개편하고 소정의 소기업에만 15% 수준의 경감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또 본세율 체계보다 복잡한 최저한세제는 폐지하고 종합감면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News1 DB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도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 성장 잠재력의 극대화라는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국가 재정이다.

김 교수는 "법인세 감세는 재정 건전성(재정 감소) 관련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단순히 법인세 위주로, 특히 명목세율 위주로 감세만 달랑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라고 꼬집었다.

세액공제 등 각종 감면 제도로 인해 법인세 실효세율은 낮아질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영향과 미래 재정 수요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함께 놓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적자 감세 이후 재정 건전성 보완 조치는 이론적으로 정부의 이전지출 축소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해 보완 증세가 필요하다면 소득에 대한 과세보다 부가가치세, 환경세 등 소비 과세를 통한 증세가 성장 잠재력 확충 등 측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단순히 법인세 적자 감세가 아니라, 탄소가격제 강화 등 우리나라가 미래 경제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세수 중립적 방향에서 함께 진행하자는 제언이다.

2022.6.22/뉴스1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법인세 인하가 우리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법인세율은 20%로 인하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며 "우리 경제가 그 새로운 성장선에서 다시 뛰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세율 인상의 가장 큰 부작용이 근로 의욕 감퇴"라면서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가장 바람직하고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조세 정책 기조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도 이런 기조가 지속될 때 예측 가능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소비세를 건드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물가 효과 때문"이라며 "오히려 디지털세 등 신(新) 세원을 발굴해서 세원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에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우 교수는 "증거에 기반한 조세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굉장히 이념적인 조세 정책"이라면서 "경제학 이론과 그것이 우리 경제에서 실제 그런 효과를 내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인세를 낮춘) 이명박 정부 시절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보면, 기업 활동이 더 늘어야 하는데 정확히 법인세를 낮춘 만큼 세수가 줄었다. 4년간 한 25~27조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이기에 법인세율을 인하한다는 것은 '참으로 믿기 힘든 주장'이라고 우 교수는 지적했다.

우 교수는 "향후 법인세를 내렸을 때 세수가 상당히 줄어들 거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면서 "세수가 줄었을 때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국가채무비율을 높이지 않고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과표 구간별 유효세율 역전 문제도 언급했다.

우 교수는 "지금 법인세 체계가 명목세율은 높지만 여러가지 세액 공제나 조세 감면 제도 때문에 실질적 형평성이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서 명목세율을 바로 내려주면 유효세율 역전 현상은 개선보다 공고화된다"라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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