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블루투스의 등장' 초감각 감정공유 로맨스 전성시대[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2. 6.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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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극 ‘징크스의 연인’ 포스터. 사진 KBS


사람과 사람의 교감. 이는 어쩌면 모든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만화 등 극(劇)의 형식을 하고 있는 모든 작품의 영원한 주제다. 교감이 있어야 사랑도 생기고, 미움도 생긴다. 극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은 또한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관객,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지금 드라마들은 이러한 교감에 있어 ‘초능력’을 집중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파도가 밀려오듯 자신의 마음속으로 다가오고, 특정한 신체부위를 만지만 상대방의 마음이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이른바 ‘감정 공유 판타지 로맨스’다. 이러한 복잡한 장르의 작품들이 최근 연이어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선보이기 시작한 KBS2 수목극 ‘징크스의 연인’은 행운과 불운에 대한 이야기다. ‘행운의 여신’은 슬비(서현)가 ‘불운의 아이콘’인 수광(나인우)에게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물이다.

tvN 월화극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포스터. 사진 tvN


원작 웹툰도 인기를 얻었던 이 작품의 핵심은 슬비의 초능력이다. 슬비의 가문은 대대로 손을 잡으면 상대의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은 과거 마녀사냥의 제물이 되기도 하는 등 슬비의 가문을 불우하게 만들었다. 결국 슬비는 스무 살 언저리까지 갇혀살 수밖에 없다. 그의 주변에는 가문의 능력을 이용하려하는 ‘빌런’ 삼중(전광렬)의 집안도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부터 tvN 월화극을 방송 중인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이하 링크)는 감정 공유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다.

주인공 계훈(여진구)는 과거 여동생과 감정을 공유하는 이른바 ‘링크’로 얽혀 있었는데 여동생의 실종 이후 링크가 끊긴다. 그러다 18년 만에 생면부지의 여자 다현(문가영)에게서 이러한 현상을 다시 겪는다. 극의 구조는 갑작스러운 상대의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이 서로의 비밀을 풀어가며 한 편으로는 마음도 공유한다는 판타지의 형식으로 흐른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키스 식스 센스’ 포스터. 사진 디즈니플러스


훨씬 소재면에서 자유로운 OTT물의 경우에도 이러한 감정 공유 로맨스는 발견된다. 지난달 25일부터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는 ‘키스 식스 센스’는 초감각을 가진 두 명의 주인공으로 흘러간다.

광고 회사를 배경으로 입술에 신체가 닿으면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술(서지혜)과 주변의 소리나 광경에 인간의 능력치를 넘어선 민감함을 가지고 있는 민후(윤계상)의 로맨스다. 극의 갈등은 평소 광고 회사의 상사 민후를 환멸하는 예술이 우연한 입맞춤 이후 민후와의 연인이 된 미래를 예지하면서 그 궁금증을 풀어가며 진행된다.

과거 드라마들은 주로 상대의 감정을 어려운 과정을 통해 알아냈다. 상대의 마음을 아는 일이 주인공들의 지상과제였으며 이 과정에서 오해나 서브 주인공들의 방해, 운명 등이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단 상대의 마음이나 미래가 먼저 보이고 이 이유를 찾는 식으로 작품이 진행된다.

드라마평론가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이러한 작품들의 제작 배경에 현대인들의 소통 단절이 있다고 짚었다. 윤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감정을 교류하고 공유하는 일이 쉬지 않은 상황이 됐다. 혼자 생활하는 ‘1인 문화’가 일반화되고 난 후 원초적인 부분에서 감정이나 인간의 존재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드라마는 특별한 갈등이 나오기도 하지만 극적인 상황으로 해소되기도 한다. 여러가지로 ‘감정 노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 자체가 여러사람을 힘들게 하고 소통이 안 되는 시대가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초능력의 방식으로 벽을 뛰어넘는 방식들이 등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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