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KDI "법인세 인하 필요" 학계 "세수감소, 재정건전성만 훼손"..공청회 갑론을박

반기웅 기자 2022. 6. 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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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모습. 한수빈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현행 법인세 누진 구조가 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개편을 촉구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고, 주요국 정책 동향과도 역행하기 때문에 내려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완화와 누진 구조 개편 방침을 밝힌 기획재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법인세율 인하가 경제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경제 기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법인세 감면으로 세수가 감소해 재정건전성만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줄어든 법인세를 충당하기 위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빛마로 조세연 조세재정전망센터장은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법인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누진세율 구조는 기업의 성장 유인을 저해하고, 조세 회피 목적의 기업분할 등 비정상적 행태를 유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을 통해 현행 4단계 누진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OECD 국가 대부분이 단일세율 또는 2단계 세율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세율 구조는 국제적 표준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계 주요국이 최근 법인세율을 인하했고 세율 인하 효과에 대해서 긍정적 영향을 보고한 연구 결과가 다수”라며 “해외 정책동향과 선행연구를 고려해 법인세 인하를 검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세율 인하에 따른 단기적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효율화 등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도 법인세율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이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는 자본의 사용자 비용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를 견인하고 실증분석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며 “고물가·고금리 환경에서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법인세율 인하와 조세지원 확대”라고 했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1991~2016년 패널자료를 분석해보니, GDP 대비 법인세수·전체 세수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을 수록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총요소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에 회의적인 견해는 일부 실증 분석 결과에 근거할 뿐”이라며 “법인세율 인하로 투자가 축소되거나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 고령화 대응에 필요한 재정과 세수 기반 확충은 법인세가 아니라 개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강화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법인세율은 조세 경쟁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물가 상승 국면이라는 점과 법인세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섣불리 법인세율을 낮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법인세를 낮춰 투자·고용을 유도한다는 것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효과가 있다해도 중장기적으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 침체기에 법인세 인하를 할 경우 세수 감소만을 불러 재정 건전성을 심하게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MB정부 시절 이뤄진 법인세 인하가 국세 수입 부족으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했다. 2008년 세율 인하 후 세수는 39조2000억원에서 2019년 35조3000억원으로 줄었고 이 같은 세수 감소는 2011년에서야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시 법인세율 감소로 인한 법인세수 손실분(2009~2012년)은 25~27조원에 달한다.

우 교수는 “감세 혜택을 줬지만 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기도 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의 소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법인세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조세 구조에서 법인세 감세는 중장기 성장 잠재력의 극대화라는 목표에는 부합할 수 있지만 재정건전성 관련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법인세 적자 감세는 중장기 재정건전성 강화방안과 조화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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