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작가' 정은혜 "예술은 그냥 예술..보이는대로 그릴뿐" [N인터뷰]③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12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의 영희로 주목받은 정은혜 작가는 지금까지 4000여 점의 인물화를 남겼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여름부터다. 정 작가는 집에서 뜨개질만 하다 경기도 양평의 문호리리버마켓에서 캐리커처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그림 요청이 줄을 잇는 인기 셀러가 됐다.
정은혜 작가의 아티스트 활동과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장차현실 작가는 "저는 붓을 던졌다"고 말했다. 장차현실 작가는 화가이면서 '니얼굴'의 제작자이자 정은혜 작가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에서 장차현실 작가는 정은혜 작가에게 선배 화가로서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모녀로서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장차현실 작가는 "우리는 제한된 상상력 안에서 그림을 그린다, 모든 작가들이 사실 그런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며 "하지만 은혜씨는 생각하지 않고 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굉장히 무섭더라"며 "은혜씨는 대상에 집중한다, 틀리지 않게 그리려는 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가 그 대상을 바라본 직관으로 그린다, 그래서 그 결과물은 너무 개성이 있다, 제가 어떻게 따라가겠나"라고 털어놨다.
이를 듣던 정은혜 작가도 그림 그릴 때 무엇을 중시하냐는 질문에 "없다"며 "머리부터 발까지 보이는대로"라고 답했다. 이에 서동일 감독도 정은혜 작가의 그림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아이) 엄마도 캐리커처를 그려주지만 이상하게 은혜씨가 그린 그림이 더 마음에 끌린다"며 "날것이 주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서가 그릴 때마다 바뀌고 '저 사람은 대체 어디에 넣으려 하지?' 하는데 어느새 그림에 다 들어가 있더라"고 놀라워 했다.
정은혜 작가는 인물과 동물을 그린다. 최근에는 '포옹'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오는 8월 열리는 전시회 제목도 '포옹전'이다. 정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그리웠던 포옹을 주제를 그림에 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예술은 그냥 예술이지 뭐"라는 현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속 그림은 그려야지"라고 답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 이후 정은혜 작가의 인기도 높아진 만큼, 그림 요청들이 더욱 쇄도했다. 정 작가는 "토요일에 갔는데 사람들이 줄줄이 서있더라"며 "'아 내 팬이다!' 했다"고 말해 모두를 미소짓게 했다. 사진부터 사인까지 요청이 많지만 정은혜 작가는 "전혀 힘들지 않다"며 "좋다"고 애정을 보였다.
장차현실 작가는 행복하다면서도 마음을 애써 다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한다, 기분도 좋고 행복하다"며 "은혜가 흔들리지 않고 자기를 잘 지키는 것, 또 동료들과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 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감독은 발달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는 지원이 이뤄지면 이들이 사회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고 했다. "예술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와 역할로 기능해서 노동으로 인정돼 자립할 수 있다면 이들도 사회적 존재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작가로서 레벨이 올라가고 작품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보다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출근해서 그림을 그리고 직장생활도 하고 회식도 하는 그런 삶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차현실 작가 또한 "그런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게 또 다른 은혜를 살려가는 일이 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얼굴'은 장애인 영화는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는 편견을 지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거워하는 유쾌한 정은혜 작가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서동일 감독은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나름 극복해보고 싶은, 도전하고 싶었던 지점이 있었다"며 "그건 발달장애인을 이야기하는 영화에 대한 톤앤무드"라고 말했다. 이어 " 특히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에는 늘 엄마가 같이 동행하는 모습이 담기는데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에 의존하는 관계로 비쳐져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안쓰럽다"며 "관객 입장에서 무겁고 불편한 마음이 들 수 있는데 '니얼굴'로 기분 좋게 극장을 나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듣던 정은혜 작가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봐주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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