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여친과 성관계 영상 적발됐지만 '음란물' 처벌 피한 20대

이시우 기자 2022. 6. 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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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n번방'의 성착취물을 구매해 경찰 조사를 받던 20대 남성이 자신의 클라우드에서 수년 전 미성년 여자친구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다수 발견됐지만 처벌을 피했다.

박사방, n번방 성착취물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A씨가 지난 2020년 2월 해당 파일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클라우드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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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착취물 구매 수사 중 범죄사실 발견..추가 영장청구 안해
법원 "별도 압수수색 절차 필요..위법한 증거 수집 증거능력 없어"
© News1 DB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박사방, n번방’의 성착취물을 구매해 경찰 조사를 받던 20대 남성이 자신의 클라우드에서 수년 전 미성년 여자친구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다수 발견됐지만 처벌을 피했다. 경찰의 증거 수집 소홀이 빌미가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착취물 소지와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된 A씨(23)가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의 성착취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음란물 제작·배포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박사방, n번방 성착취물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A씨가 지난 2020년 2월 해당 파일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클라우드를 확보했다. 당시 A씨가 군복무 중이어서 본격적인 경찰 조사는 전역 이후인 2021년 3월에 이뤄졌다.

경찰은 A씨의 클라우드에서 2400개가 넘는 디지털 증거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박사방, n번방 관련 성착취물 구입, 소지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661개였다.

경찰은 또 증거 탐색 과정에서 A씨가 17살이던 지난 2014년 아산의 한 모텔에서 동갑인 여자친구와 성관계하면서 촬영한 영상 206개를 발견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다른 범죄여서 별도의 압수수색 절차가 필요했지만 추가 영장없이 음란물 제작, 배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법정에서 A씨 변호인은 음란물 제작 혐의에 사용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변호인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음란물 제작 혐의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구별된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것은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고 절차 위반의 정도도 중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작성된 수사보고서 등도 증거능력이 없다”며 “증거능력이 배척되지 않은 증거들 가운데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에 대해서는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유인을 제공하는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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