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 나왔다

박근태 기자,고재원 기자 2022. 6. 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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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입국한 내국인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첫 원숭이두창 환자가 나왔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인 원숭이두창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다. 방역 당국은 첫 환자가 보고되면서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22일 브리핑을 열어 "독일에서 입국한 내국인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원숭이두창 확진자로 최종 판정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이달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했다. A씨는 입국 후 증상이 있자 본인이 직접 질병관리청에 이를 신고해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의 판단을 거쳐 의사환자(의심자)로 분류됐다. A씨는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하다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입국 전인 이달 18일부터 두통 증상이 있었고, 입국 당시 원숭이두창 증상과 유사한 37도의 미열과 함께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을 보였다.

질병청은 A씨가 PCR검사에 이어 이날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에서도 확진된 것으로 최종 판명이 나자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는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관심), '국내에 유입'(주의),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이 제한적으로 전파'(경계), '국내 유입된 신종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전파 또는 전국적으로 확산'(심각) 될 때 단계가 올라간다

질병청은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 격상해 다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전국 시도와 발생 시도 내 모든 시군구는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하는 비상방역체계도 가동하기로 했다.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를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가 2004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현재까지 영국 내 20건을 포함해 유럽과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 12개국에서 92건의 감염과 28건의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 제공.

방역당국은 앞서 지난달 24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데 이어 같은달 31일에는 위기 경보 수준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달 7일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와 같은 등급인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2급 감염병에 지정된 확진자는 입원 격리 치료가 의무화되고 환자와 의료기관은 신고 의무가 부여된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감염력 소실과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격리하며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등 3단계로 분류해 관리하며 노출 정도에 따라 최장 21일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A씨가 공항 입국 중 증상을 자진신고하고 확진이 확인되면서 감염을 의시할만한 접촉자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1일 A씨와 함께 의심환자로 부산에서 신고된 B씨는 원숭이두창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B씨가 음성 판정이 나왔고 유전자염기서열 분석 결과에서도 수두로 확인됐다며 원숭이두창과 관련된 조치는 어느 정도 종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19일 증상이 발생한 뒤 20일 항공편으로 국내에 입국했으며 이달 21일 오전 부산 소재 병원을 방문해 격리 치료를 받았다. B씨는 원숭이두창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입국 후 하루가 지나서야 병원에 내원한 뒤 격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역 구멍' 논란이 일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두창)와 가까운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주로 유증상 감염환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전파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 두창에 걸리면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발열·두통·근육통·피로감 등의 초기 증상을 보인 후 피부에 수포와 딱지가 생긴다. 환자의 체액, 침(비말), 오염된 침구나 성관계 등 밀접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잠복기는 5~21일 정도다. 대체로 감염 후 2~4주 만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치명률은 바이러스 변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린이가 성인보다 더 증상이 심하며 임신 여성이 감염되면 사산 위험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증세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서아프리카형’은 치명률이 3.6%,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콩고형’은 10.6%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국내 치명률인 0.13%보다 훨씬 높다.유럽에서 발견된 것은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된다.

유럽피부과 및 성형학회지에 제공된 비아프리카지역 원숭이두창 환자 사진. 유럽 ​​피부과 및 성병 학회(EADV) 제공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2103건이 보고됐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524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 313건, 독일 263건, 포르투갈 241건, 캐나다 159건, 프랑스 125건 등 순이다. 사망 사례는 나이지리아에서 1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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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의 전파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만큼 높지는 않다고 평가해왔다. 방역당국도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전파력이 높지 않다고 평가해왔따. 

하지만 WHO는 이달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박근태 기자,고재원 기자 kunta@donga.com,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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