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푸른 바다 보며 휴가? "아니 일하는 중입니다"..'일+휴식' 워케이션 뜬다

박미라 기자 2022. 6. 22. 16: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좌읍 세화마을 주민주도 공유오피스 공간 조성 워케이션 장소로 각광
제주도, 새로운 관광형태로 기대..하반기 공유오피스 2곳 조성 예정
지난 21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3층에 조성된 공유오피스에서 제주도내외 기업의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박미라 기자

자연경관이 좋은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이 제주의 새로운 관광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3층 공유오피스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트인 창문 밖으로 짙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공간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탁자와 의자가 배치돼있어 편안한 카페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존 카페와 다른 점이라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감시의 시선이 없다는 것, 업무를 위한 PC와 프린터, 회의실 등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용원칙은 없다. 이용객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2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3층 공유오피스에서 일을 하는 방식을 택한다. 온라인 유통업을 하면서 이곳에서 업무를 자주 보는 진모씨(37)는 “카페 등에서 업무를 보면 이용객이나 주인 모두 불편할 뿐더러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최근 워케이션이 늘면서 제주 곳곳에 공유 오피스가 여럿 생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는 주민 주도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공유 오피스에는 10명 남짓한 이들이 각자의 일을 하다가 특정 시간이 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질그랭이 센터는 한때 결혼식과 피로연을 하던 마을 소유의 복지타운이었다. 이용객 감소로 쓸모가 없어지자 마을주민 492명으로 구성된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주도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1층 리사무소, 2층 카페, 3층 공유오피스, 4층 숙박시설이 들어선 형태로 지난해 하반기 공사를 마무리했다.

워케이션 관광객들이 이곳을 본격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워케이션 휴가지와 기업을 연계해주는 관광벤처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활성화됐다. 특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공유오피스를 품은 질그랭이센터는 워케이션 이용객에게 더없이 안성맞춤인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케이션 관광객 유치 이후 공유오피스 사용인원은 하루 5명 안팎에서 20~40명으로 늘었다.

질그랭이 센터를 운영하는 세화마을협동조합의 양군모 마을PD는 “부지성 세화리장이 일일이 마을 주민을 설득하고, 주민들 역시 이장을 믿고 한 마음을 모은 결과 질그랭이센터를 완성시켰다”며 “공유오피스는 취업, 자격증 공부를 하는 지역 청년, 재택근무자들이 눈치보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인데 최근의 워케이션 수요와 맞아 떨어지면서 더욱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티몬, 폴라리스오피스 등 각종 기업에서 직원들을 내려보내고 있는데, 대부분 월요일 오전에 제주를 찾아 금요일에 업무를 마무리하고 떠난다”며 “공유오피스 이용객 대부분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산책을 하면 금방 회복돼 업무 능률이 오른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세화 마을이 주민 주도로 워케이션의 중심지가 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5개 도내외 마을이 견학을 다녀가는 등 벤치마킹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3층에 조성된 공유 오피스에는 공부를 위한 지역청년 뿐만 아니라 워케이션 이용객이 자주 찾으면서 회의실과 컴퓨터, 프린터 등의 시설이 갖춰졌다. 박미라 기자

제주도 역시 새로운 관광 형태로 워케이션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수도권 기업 26곳의 임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새섬이 내다보이는 서귀포시 원도심 카페에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전원 재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호응은 뜨거웠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1곳의 공유 오피스를 확대해 조성할 예정이다. 공유오피스와 숙박, 여가 프로그램 정보를 총망라한 홈페이지도 하반기 문을 연다. 정은주 제주도 투자유치팀장은 “기업별로 건물을 빌려 개별적으로 워케이션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공유오피스 사용 공간을 묻는 기업의 전화도 잇따른다”며 “현재로서는 제주를 찾는 워케이션 이용객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하반기 공유오피스 공간과 홈페이지 등을 구축하면 총체적으로 워케이션 수요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한달간 서귀포시에 업무가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고 수도권 기업 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시범 사업을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제주도 제공

한편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확산된 근무·여행 방식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워케이션은 적절한 휴식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반영한 업무 형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