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이광수가 영웅으로 여긴 '원효'를 재조명하다

박상현 2022. 6.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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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617∼686)는 해골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신라 승려다.

불교사 연구자인 남동신 서울대 교수가 쓴 신간 '원효의 발견'은 근대에 형성된 원효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의 참모습을 살피려 한 책이다.

그는 "최남선은 원효의 종파를 화엄종으로 보는 기왕의 인식을 받아들였고, 나아가 민족적 위인으로서 원효상에 '통불교의 완성자'라는 권위를 추가했다"며 통불교는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측면을 강조한 말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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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신 교수 '원효의 발견' 출간.."사상 핵심은 일심, 한마음"
원효대사 진영(眞影) 모사본 [국립경주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원효(617∼686)는 해골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신라 승려다. 이 일화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현대에도 중요한 불교 사상가로 꼽힌다.

경북 경산에서 출생한 원효는 출가해서 승려가 됐고, 당나라 유학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요석공주와 사이에서 설총을 낳고는 자신을 '소성거사'(小性居士)로 칭하며 속인으로 살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원효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고, 그의 저작도 대부분 남아 있지 않다.

불교사 연구자인 남동신 서울대 교수가 쓴 신간 '원효의 발견'은 근대에 형성된 원효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의 참모습을 살피려 한 책이다.

저자는 근대적 원효상을 만든 인물로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지목한다.

그는 "최남선은 원효의 종파를 화엄종으로 보는 기왕의 인식을 받아들였고, 나아가 민족적 위인으로서 원효상에 '통불교의 완성자'라는 권위를 추가했다"며 통불교는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측면을 강조한 말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광수가 1942년 발표한 장편소설 '원효대사'를 고찰해 "이광수는 원효를 한민족의 상징으로 묘사하고자 했으며, 원효가 요석공주와 만나 파계하고 환속하면서 겪는 인간적 고뇌의 극복 과정을 특유의 필체로 서술했다"고 짚는다.

저자는 "최남선과 이광수는 일제 식민지라는 시대 상황을 헤쳐나갈 민족적 영웅상을 원효에서 찾고자 했다"며 교학 연구와 실천 수행을 겸비한 원효의 영웅적 이미지는 현대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저자도 원효가 훌륭한 승려이자 사상가였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원효의 생애에서 환속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승려와 속인이 별개 존재가 아니라는 '승속불이'(僧俗不二)의 불교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효가 중생들의 마음속에 불교적 이상세계를 구현하려 했을 뿐,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을 만드는 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원효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며 "인간의 육신이라든가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그가 만물의 근원으로 이해한 일심(一心), 즉 한마음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이었다"며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한마음이라는 점에서 사람은 원칙적으로 평등하고, 불교적 자질과 수행 정도에 따라 보살과 범인으로 나뉜다고 봤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원효는 대승사상을 두루 섭렵했고 거사(居士·속세에서 불교를 믿는 사람)로 살았기에 그를 특정한 종파에 소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또 저자는 "원효와 그의 사상이 지니는 역사성을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불교 전체로 연구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회평론아카데미. 496쪽. 3만5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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