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막아놓고 분양가 올린다고?.. 청약대기자들 '한숨'

김송이 기자 2022. 6. 22.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완화하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규제는 여전해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에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는 물론 전용 59㎡ 마저 대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에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고, 자잿값 상승분을 건축비에 반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번 조치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 분양가는 현재보다 1.5~4%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7~8월 중 공동주택 분양가 규칙을 개정할 예정인데, 해당 규칙 시행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새 제도를 적용 받게 된다. 아직 일반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둔촌주공, 이문3구역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다수가 적용 대상이다.

문제는 요지부동인 중도금 대출 기준선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을 통해 분양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활로를 터놨지만,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은 일단 손보지 않기로 했다. 현재 분양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한다.

직방에 따르면, 21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3301만원이다. 전용 60㎡ 초과 85㎡ 이하의 평균 분양가는 10억4554만원,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17억5078만원이다. 사실상 중형 평형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중도금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형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9개 아파트 단지 중 전용면적 59㎡(25평형) 최고가 기준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단지는 3개다. 공급가가 9억원 미만인 단지도 발코니확장비 등 다른 유상 옵션을 선택할 경우 중도금 대출 규제의 기준선에 서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분양 시장에 나올 단지들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지난 2019년 산정한 3.3㎡(평)당 분양가는 3550만원이다. 개편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최대 4%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둔촌주공 평당 분양가는 3692만원에 달한다. 전용 59㎡ 기준 분양가가 기존 8억8750만원에서 9억2300만원 선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청약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무주택 직장인 남모씨는 “지난 정부 동안 이어진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로 출퇴근이 가능한 입지 좋은 아파트를 구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그나마 청약에 희망을 가졌는데, 분양가가 높은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까지 불가능하면 청약도 하지 말라는 의미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권자 대부분이 결국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인 점을 고려하면 구축 아파트 대출 규제를 풀어준 것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앞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청약에 나서는 사람 상당수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라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주요 창구가 청약인데, 기존 주택에 대한 15억원 초과 대출금지 규제는 풀어주고 중도금 대출 기준은 완화하지 않는 것은 주된 주택 마련 수단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미 분양시장에 나오는 서울 아파트 상당수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실수요자들의 요구가 점점 거세질 것”이라면서 “다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에 적정한 중도금 대출 기준선을 찾아가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