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복기' 원숭이두창 증상은..조용한 전파 막기가 관건

박준용 2022. 6. 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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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독일서 온 내국인 1명 확진]
팬데믹 가능성 낮지만 '조용한 전파' 우려
발진 부위 얼굴, 손발바닥뿐 아니라
생식기, 항문, 구강 점막에도 나타나
항문·직장 통증, 장염 등 증상도 보고
지난 5월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우즈베키스탄발 탑승객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파력이 낮은 원숭이두창의 특성 탓에 코로나19처럼 ‘팬데믹(대유행)’이 될 가능성은 적지만, 긴 잠복기 등을 감안하면 ‘조용한 확산’이 지속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접접촉 감염에 백신·치료제 있어

질병관리청은 21일 국내에서 전신증상 및 피부병변 증상을 보이는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2명이 발생했고, 검사를 거쳐 독일에서 입국한 내국인 1명이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21일까지 40여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온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21일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집계를 보면, 원숭이두창 환자는 2677명이고, 이 중 유럽대륙이 86.9%로 가장 많았다.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며 일각에서는 코로나19처럼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본다. 밀접 접촉으로 감염되는 원숭이두창의 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 역학조사나 백신·치료제로 감염을 막을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교실)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람 간 아주 밀접 접촉이 아니면 전파가 어렵고, 예방 백신과 치료제도 있다”면서 “접촉자도 4일 이내에 접종을 받으면 충분히 통제(예방)가 가능하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도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데는 무증상 전파 내지는 증상 발현 전 전파가 전체 감염 50∼60%까지 차지했기 때문”이라면서 “원숭이두창은 명확한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시점에 감염력이 높은 편이어서, 어느 정도 본인이 인지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추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까지 전파 속도로도 추정할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코로나19였으면 확진자가 나온 국가에서 몇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상황”이라면서 “팬데믹이 될 가능성은 없고, 국내 유입 사례들을 잘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원숭이두창 양성으로 확인된 내국인 1명을 이송해 치료 중인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음압치료 병상 앞으로 22일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소부위 발진 등 증상 자각 어려울 수도

광범위한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올 가능성은 존재한다. 원숭이두창의 증상인 발진이나 전구증상(잠복기나 무증상 감염기 때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 등을 확진자가 인지하기 어려워 전파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원숭이두창의 증상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다양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달 14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보면, 당초 발진이 얼굴이나 손발바닥처럼 잘 보이는 곳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식기나 항문 부위, 구강 점막 등 잘 보이지 않는 국소 부위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 일반적으로 발열과 권태감, 두통, 림프절병증 등 증상이 발진 발생 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2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발표를 보면,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항문·직장 통증, 직장 출혈, 장염 또는 대변이 마려운 느낌 등 증상도 보고됐다.

피부과·비뇨기과 등 1차 의료기관 역할 중요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전구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발진이 발생하는 부위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여서 환자가 자가 보고하거나 병원에 방문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심지어 환자 본인도 발생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진단 지연이나 누락으로 ‘조용한 전파’가 가능해지고 앞으로 유행 통제가 매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진이 생겼을 때 의료기관을 찾도록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존에 알려진 임상 양상과 다른 만큼 환자를 놓치지 않도록 피부과·비뇨기과·항문외과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새로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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