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배두나 "고레에다 감독, 이미 내겐 넘버원"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배두나가 동경하던 고레에다 감독과 재회했다. 인연이 닿아 다시 만난 고레에다 감독에게 큰 힘이 되고 싶었단다.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한 그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제작 영화사 집)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극 중 배두나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여정을 뒤쫓는 형사 수진 역으로 활약했다.
배두나는 현재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을 촬영 중이다. 이에 '브로커'에 홍보 일정에 불참했지만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도는 크다. 배두나는 "스케줄 조정을 해보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안 되더라.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렸던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도 불참했다. 그는 "이번 칸 영화제는 '브로커'도 그렇지만 '다음 소희'가 같이 초청돼서 특별한 해였다. 많이 기뻤는데 그 이틀이란 시간 조정도 안 되더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배우에겐 촬영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마음만은 함께였다. 그는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는 "가장 커다란 기쁨은 송강호 선배가 남우주연상을 탄 거였다. 그것만으로도 저희 영화에 대한 큰 호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너무나 존경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인데 영화도 좋으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제 일처럼 기뻤다"고 전했다.
배두나에게 '브로커'는 특별한 작품이다. 특히 2009년 개봉된 '공기인형'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재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먼저 배두나는 과거 고레에다 감독과의 호흡을 회상했다. 그는 "'공기인형'을 찍으면서 정말 좋고 값진 경험을 했었다.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가 받았던 행복을 고레에다 감독에게 돌려주고 싶었단다. 그는 "이번에는 감독님이 한국에 와서 한국 스태프들과 촬영을 했다. '공기인형' 당시 내가 받았던 것을 감독님께 해 드리고 싶었다. 감독님이 행복하고 편하게 촬영했으면 했다"며 "감독님의 옆에 있으려 한 이유였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한 건 없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결같았고, 배두나는 그런 감독을 여전히 존경하고 동경했다. 그는 "감독님이 인터뷰를 한 걸 봤는데 '공기인형' 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더라. 그런데 감독님은 그때부터 넘버원이었고 완성형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2년 만에 다시 촬영하는데도 똑같았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들을 대하고 존중하는 모습,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 연기 디렉팅 등이 정말 똑같았다. 그래서 놀라웠다"고 털어놨다.
배두나는 존경하는 감독의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다. 인물을 해석하고 만들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쏟아붓기도 했다.
그는 수진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연기해야 될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정된 차라는 공간에서 (브로커들을) 바라보고 있는 입장이었다. 또 스토리가 흘러가는 중간에 있는 역할이었다. 외곽에서 이를 바라보며 내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럴수록 더욱 대본에 집중했다고. 그는 "일본어 대본을 받아 말 줄임표 하나하나 봤다. 말 줄임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말 줄임표가 감정이 녹아있는 기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의 노력으로 '진짜 형사' 수진이 탄생했다. 이와 관련해 배두나는 "차 안에서도 최대한 자유롭게 놀려고 했다. 릴렉스하고 자연스럽게 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보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며 "또 최대한 꾀죄죄 보이려고 했다. 그래서 실제 메이크업도 안 했다. 며칠 잠도 못 자고 물티슈로만 얼굴을 닦은 형사들처럼 보였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두나는 뼈를 깎는 노력이 돋보이는 배우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자신에게 혹독하다. 배두나는 "제 연기에 있어서 가장 박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 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항상 제 연기를 보면서 만족한 적이 없다. 부족한 점만 보인다.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두나가 매 작품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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