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팔의 비너스' 김나윤, 희망의 라켓을 들다[SS창간특집]
[스포츠서울|배우근 기자] 김나윤(30)은 4년전까지만 해도 유능한 헤어디자이너였다. 그런데 2018년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피트니스는 재활을 위해 시작했다. 2021년에 국내최고 권위의 WBC(World Body Classic)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절단 장애인으로 첫 출전. 김나윤은 그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겨루며 4관왕에 올랐다.
이후 자연스럽게 활동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장애인식개선 홍보대사 및 동기부여 강사, ‘김나윤의 윤너스TV(나윤+비너스)’유튜브채널, EBS ‘세상을 비집고’ 고정패널, 중앙대 체육학과 입학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배드민턴 라켓도 들었다. 엘리트 체육에 도전장을 내민 것.
지난 16일 훈련장소인 광장동 실내배드민턴장을 찾았다. 김나윤은 선명진 코치(대한장애인체육회 전담지도사)의 요청에 따라 쉴새없이 코트를 오가며 셔틀콕을 반대쪽으로 넘기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잠시 숨을 돌렸지만,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구슬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막상 배드민턴을 해보니 어떠냐고 질문했다. 그는 “생각보다 힘들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며 얼굴을 찡긋했다. 그러나 새로움에 도전하는 패기와 열정이 더 크다. “올해 시작했는데 처음엔 코트가 작아보였다. 그런데 하면할수록 코트가 넓어보인다. 선수들이 왜 이렇게 많이 땀을 흘리는지 알게됐다”고 방싯했다.
라켓을 들었지만, 당장의 목표가 거창하지 않다. 힘든 재활을 차근차근 거쳐 피트니스 정상에 오른 경험이 배드민턴에도 적용된다. 그는 “너무 목표를 크게 두지 않으려 한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우선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울산 10.19~24)에 출전해 절단장애인선수들의 수준을 느끼고 싶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실패담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그는 “지금은 잘 걸어다니지만, 교통사고후 두 달간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경추부터 흉추까지 19군데 골절을 입었다. 천만다행으로 척수신경을 다치지 않아 하반신 마비가 안왔다”며 “침대에 기저귀 차고 누워있을 땐 화장실에 가는게 첫 목표였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너무 행복했다. 그땐 사소한 모든게 도전이었다. 그때부터 나를 돌아보게 됐고 모든 것에 고마움을 가지게 됐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라고 했다.
김나윤이 초심을 언급할 만큼 많은 이들이 그를 주시한다. 최근엔 정부가 선정한 ‘국민희망대표 20인’에도 선정됐다. 김나윤은 부담보다 책임감을 느낀다. 응원이라고도 생각하고 덕분에 힘도 얻는다. 더불어 많은 관심은 신기루와 같다는 점도 되새긴다. 중요한 깨달음도 있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 타인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의수를 착용하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김나윤은 “한 팔을 절단하고 미용실 지점장으로 복귀했다. 의수를 하고 다녔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원한게 아니었다. 남들이 볼 때 괜찮아 보이려고 했다. 그걸 깨닫고 사람들이 보는 내가 아닌, 나 스스로 어떻게 살지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했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김나윤이 사고 후, 의수를 버린 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상징이다. 계기가 있다. 그는 “의수를 하고 다닐 때 우연히 TV를 봤다. 외국 관광객이 ‘왜 한국엔 장애인이 없나?’라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나도 장애인이고, 재활병원에서도 전부 장애인이었는데… 그때 느꼈다. 의수를 하고 다닌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란 걸. 그때부터 의수를 빼고 다닌다. 그게 내게 편했다”라고 했다.
그의 당연한 이야기는 계속됐다. 김나윤은 “인생이 감사하다고 했는데, 정말 교과서 같아서 말하기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내 힘의 원천이다. 덕분에 화장실도 혼자 가게 됐고 샤워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그는 사고 이전에도 밝았다. 사고 이후 더 긍정적이 되었다. 김나윤은 “원래 성격이 이랬다. 친구들은 내게 ‘장애를 가져도 똑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힘든 과정이 많았다.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모두 가족과 친구들 덕분이다. 주변에서 그들이 돕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긍정의 아이콘 답게 마지막으로 매일의 도전을 제안했다.
“여러분,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하나씩 도전을 끼워넣는 하루를 바랍니다. 도전하는 여러분이 되세요. 그게 쌓이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겠죠.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kenny@sportsseoul.com
영상ㅣ윤수경 기자 yoons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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