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야와 볶음밥의 차이?"..韓 '종이의 집', 원작과 비교하는 맛 (제작발표회)

[Dispatch=구민지기자] "저희도 '오징어 게임'에 근접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홍선 감독)

스페인 인기 드라마 '종이의 집' 시리즈가 한국적인 옷을 입었다. 우선, 달리 강도단의 가면이 하회탈로 바뀌었다. 배경은 스페인이 아닌, 통일을 앞둔 (상상 속) 한반도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 공동경비구역'(극본 류용재, 연출 김홍선) 제작발표회가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 장윤주 등이 참석했다.

류 작가와 김 감독도 자리했다. 류 작가는 "스페인 원작을 인상적으로 봤고, 빅팬이 됐다.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인 이야기로 리메이크를 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원작 '종이의 집'은 범죄 전문가들이 스페인 조폐국을 검거, 수억 유로를 인쇄해 도주하는 내용을 그렸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세계 드라마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종이의 집'은 한국 팬덤도 보유하고 있다.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김윤진(선우진 역)은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걸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유일한 분단국가다. 사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며 "원작의 장점을 압축했고, 한국적 매력을 더했다. 이 정도 대본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느꼈다"고 강조했다.

유지태(교수 역)도 거들었다. "훌륭한 스토리는 어디서든 통할 거라 생각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이유는 스마트함, 현명함, 치밀함 등이다. 극중 설정이 워낙 잘 돼 있다"고 밝혔다.

김홍선 감독은 "(원작과) 좀 다른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것을 중점으로 보면 재밌을 것 같다"며 "원작 팬들은 한국판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원작과는 얼마나 다를까. 류 작가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엔 답습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한국판만의 이야기 틀 속에서 인물들을 배치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캐릭터 변화에서 답을 찾았다. "'인물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대본이 나온 뒤, 배우들과 인터뷰를 했다. 배우들도 아이디어 많이 줬다.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다"고 전했다.

박해수(베를린 역)는 가장 큰 차별점으로 하회탈을 꼽았다. "스페인에서는 달리 가면으로 자유를 상징했다"면서 "반면 하회탈은 풍자적인 의미를 지녔다. 권력을 향한 비난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전종서(도쿄 역)도 "하회탈은 신의 한 수였다. (하회탈은) 활짝 웃고 있다. 해학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괴하다. 동시다발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경을 미래의 한반도로 고른 점도 인상적이다. 김 감독은 "최근 외신 기자들에게 '유럽·미국에서 (원작) 상황이 쉽게 일어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들도 '이런 대규모는 힘들 것 같다'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시청자들이 남북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했다"며 "그래서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다. 미래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떨까 상상했다. 희망적인 것을 담고 싶었다"고 알렸다.

'종이의 집'의 남북 갈등은 해외 시청자들에겐 신선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시청자들에겐 어떨까. 그다지 새롭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다. 류 작가도 "물론 익숙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차별화였다는 것. 류 작가는 "남북 강도들이 협업하고, 남북 경찰들이 협력한다"며 "향후 몇십 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그렸다. 이런 내용은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종이의 집' 팀의 목표는 '오징어 게임'이다. "많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저 역시 좋아한 작품이다. 저희도 거기에 근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류 작가는 "스페인 원작이 파에야라면 저희는 볶음밥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이 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가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하고 즐겨달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종이의 집'은 오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