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로 고립 자초하는 중국..국제행사 줄줄이 취소, 외국기업들은 철수 고려
중국이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야심차게 계획했던 국제 행사는 줄줄이 취소·연기되고 외국 기업들은 하나둘 중국을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 생물댜양성협약(CBD)은 2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준비 회의에서 COP15 2부 회의를 오는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CBD는 성명을 통해 “생물다양성 위기 해결의 시급성을 고려해 COP15 2부 회의는 반드시 올해 열려야 한다”며 “계속되는 팬데믹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돼 COP15 의장국인 중국이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회의 장소를 중국 밖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COP15는 당초 중국 윈난(云南)성 쿤밍(昆明)에서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1부 회의가 지난해 10월에야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올해 4월 쿤밍에서 대면 방식으로 개최될 예정이던 2부 회의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미뤄져 왔다. 결국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회의 개최를 포기하면서 이번에 개최지가 CBD 본부가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로 변경된 것이다.
앞서 중국은 올해와 내년에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도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이달부터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9월 개최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내년으로 미뤄졌고, 내년 6월 아시안컵 축구 대회는 개최를 아예 포기했다. 중국이 국가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공들여 유치했던 국제 행사를 잇따라 연기하거나 포기한 배경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단 한 명의 확진자 발생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중국으로서는 대규모 해외 방문객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이 방역을 완화하며 국경을 개방한 상황에서도 중국은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외교적으로도 중국의 고립과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으며 대면 외교에도 한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유럽 기업의 4분의 1(23%)가량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강력한 봉쇄 조치 등을 이유로 중국 밖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니타 쇼엔 베한진 주중 EU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중국의 현재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로서는 다른 곳을 찾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며 “세계는 중국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외교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면 외교가 제한돼 외교적으로 오해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나르디노 레가조니 주중 스위스 대사는 지난 20일 중국세계화센터가 주최한 포럼에서 “세계화와 완전한 (코로나19) 통제를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으며 제로 코로나 정책은 대가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은 중국과 다른 세계에 해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면 소통은 국제적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인위적인 거품에서 벗어나 직접 외교를 재개하면 오해의 절반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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