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걸작 산수화 '독서당계회도' 귀환
실경 계회도 중 最古 작품 환수
예술적·역사적 가치 높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경매서 매입
고궁박물관 내달 7일 공개
22일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6세기 조선 회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를 구매해 국내에 들여왔다고 밝혔다.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때인 1531년 무렵 한강 동호(東湖·뚝섬에서 옥수동에 이르는 곳) 일대에서 젊은 관료들이 모임을 갖는 모습을 담았다.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이자 실경산수 계회도 중 가장 오래 됐다. 실제 참석자들 이름과 계회 당시 관직명으로 제작연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다 조선 초기 산수화의 빼어난 면모를 입증하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비단에 그린 수묵채색화를 족자에 담은 형태로 전체 크기는 세로 187.2㎝, 가로 72.4㎝에 달한다. 그림 자체는 세로 91.3㎝, 가로 62.2㎝ 규모다.
'독서당'은 조선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든 독서 연구기구이고, '계회도'는 문인들의 모임(계회)을 그린 회화다. 독서당계회도는 엘리트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서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가 있었는데 별도로 마련한 장소가 독서당이다. 독서당은 원래 1492년 마포 인근에 지어졌으나, 1504년 폐쇄됐다. 중종이 1517년 현재 옥수동 극동아파트 인근(추정) 두모포 정자에 새로 지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그림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란 제목이 전서체(篆書體·중국 진시황이 제정한 서체로 도장에 많이 사용함)로 쓰였다. 중단에는 우뚝 솟은 응봉(매봉산) 중심으로 한강 두모포 일대가 그려졌다. 봉우리 하단 짙은 안개로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이 있고, 강에는 관복을 입은 선비들을 태운 배가 떠 있다.
하단에는 이 모임 참가자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사가독서 시기, 과거급제 시기, 품계와 관직 등이 기록됐다. 영주 소수서원 전신인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과 문집 '면앙집'을 남긴 송순, 예조참의와 대사헌을 지낸 성리학자 송인수가 대표적이다. 관직명을 통해 그림이 1531년 완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계회도는 180여점이 남아있고, 서울대박물관 소장 독서당계회도(1570년대) 등 보물이 12건이다.
박은순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당시에 귀했던 청색 석채(돌로 갈아만든 안료)로 표현한 봉오리가 뛰어나고 응봉의 붓질표현에서 한국적 산수화의 특성이 잘 나타나 조선 초기 대표 회화로 인정할 만 하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당초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神田喜一郞·1897∼1984)의 소장품이었다. 그의 사후 작품을 입수한 인물이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낙찰가는 약 8억4000만원으로 문화재청이 긴급매입비 예산으로 지불했다.
이 그림은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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