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하늘길 넓혀 인적교류 복원..관계개선 흐름으로 이어질까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 한일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 3개월간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재개 일정에 합의하면서 한일관계 개선 흐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달 29일부터 일주일에 8회 왕복 운항하기로 일본 측과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서울과 도쿄를 잇는 한일 인적교류의 핵심 인프라다. 이 노선이 재개되면 코로나19 사태와 한일관계 냉각 분위기 등으로 위축됐던 양국의 인적 교류가 재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 교류는 한일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풀뿌리' 토대이자 '기초체력'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표방한 새 정부가 취임 초부터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통한 인적교류 복원에 공을 들인 것도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 재개를 제안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5월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 면담에서 노선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당국은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에 필요한 방역 인원 및 시설 확충 등 준비 작업을 해 왔다. 당초 5월 내로 이야기가 나왔던 노선 재개가 다소 늦어진 데도 방역 문제가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적 교류 복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국의 의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외교 소식통은 "양국 국민의 편익 증진 차원에서 방역 여건이 준비되면 인적 교류는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4월에 중단됐던 관광목적 단기방문 비자 발급이 이달부터 재개되는 등 출입국 관련 빗장도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인적교류 재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일은 90일 이내 무비자 체류 제도를 운용하다 2020년 3월 이후 중단했는데, 비자 면제 등이 향후 복원해야 할 조치로 꼽힌다.
다만 인적교류가 복원되더라도 양국 간의 정치적 현안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일관계가 본격적으로 풀리려면 결국 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등 현안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각급 외교채널을 빠르게 재가동하며 관계개선 논의에 속도를 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내달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소 주춤해졌다.
최대 걸림돌은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다. 일본은 현금화 가능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한일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달 29∼30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어떤 형태로든 대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정상 간 대화로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다만 두 정상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관계개선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서로 만나서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해법 모색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논의할 민관 기구를 출범하기 위해 참여 인사 인선 등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구를 통해 피해자들을 비롯한 각계 입장을 듣고 해결 실마리가 될 공통분모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민관 기구 등을 통한 논의가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개할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정을 공유하며 여론을 수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조바심을 갖지 않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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