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판 애로부부 '고딩엄빠2' 선입견만 굳히네 [TV와치]

이해정 2022. 6. 22. 13: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 정도면 '팀킬'이 아닌가 싶다.

'고딩엄빠2'가 어린 부모들의 과거를 자극적으로 조명하면서 10대판 '애로부부'로 변질돼버렸다.

10대 부모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타파하겠다는 '고딩엄빠2'의 그럴듯한 명분과 정면 대치되는 결과다.

방송에서 노출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던 과거를 공연히 건드려서 문제를 만들고, 강화된 선입견으로 고딩엄빠를 두 번 울리는 '고딩엄빠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이해정 기자]

이 정도면 '팀킬'이 아닌가 싶다.

'고딩엄빠2'가 어린 부모들의 과거를 자극적으로 조명하면서 10대판 '애로부부'로 변질돼버렸다.

6월 21일 방송된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이하 '고딩엄빠2')에서는 고3 시절 아이를 출산하고 싱글맘이 된 김예빈의 사연이 소개됐다.

재연 영상에서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예빈이 대학생 전 남편과 연애를 하다가 폭언과 홀대를 겪고, 임신 후에도 고통 받는 모습이 담겼다. 갖은 고난에도 아이를 위해 전 남편과 결혼했지만 술과 여자 문제로 결국 이혼을 하게 됐다고. 심지어 전 남편은 이혼 후 김예빈에게 전화를 걸어 "둘째 생겼냐"고 떠보는 등 전 부인과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보여주지 않아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자신의 결혼과 임신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비난받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딩엄빠2' 취지 역시 상황과 이유를 불문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려는 고딩엄빠들을 사회의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의도와는 딴판인 내용이 비난 여론을 무릅쓴 제작 결정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는 김예빈이 어떤 이유로 임신을 했는지, 전 남편으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알 필요가 없다. 그 결혼이 합리적이었는지 다른 선택은 없었는지 판단하고 참견할 권리도 없다. 그런데 '고딩엄빠2'는 마치 시청자들에게 잔소리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김예빈의 아픈 과거를 재연배우를 통해서 아주 상세히 묘사한다. MC들이야 미간을 찌푸리면 그만이지만 상처를 '리플레이'하는 김예빈의 고통은 누가 보듬을 수 있을까.

당장은 전 남편을 같이 욕해주는 게 응원일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에게 '나쁜 아빠'로 찍힌 전 남편이 김예빈 딸의 아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딸이 아빠를 찾을 수도 있고 김예빈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편의 도움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고딩엄빠2'가 성급하게 죄인으로 낙인 찍어버린 결과는 고스란히 김예빈 모녀(母女) 몫이 된다. 가뜩이나 폭력적인 성향의 전 남편에게 불필요한 자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제작진은 과연 화제성과 출연자 보호 사이에서 최소한의 줄다리기라도 했을까.

단지 김예빈 뿐이 아니다. 다른 출연자들 역시 방송에서 각기 다른 아픔을 드러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결국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른 나이의 임신과 출산은 비극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굳히게 만들었다. 10대 부모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타파하겠다는 '고딩엄빠2'의 그럴듯한 명분과 정면 대치되는 결과다. 방송에서 노출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던 과거를 공연히 건드려서 문제를 만들고, 강화된 선입견으로 고딩엄빠를 두 번 울리는 '고딩엄빠2'. 이 정도 되면 제작진이 X맨으로 숨어들어와 팀킬을 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

뉴스엔 이해정 haejung@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