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한 직원 비위행위 조사..자진신고 핫라인 설치했더니

백승현 2022. 6. 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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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인사兵法'

노동조사는문제직원의비위행위를인지하여관련사실을입증함으로써다음인사조치와대응단계를준비하는일이다. 그런데이게말처럼쉽지않아자주어려운상황을만난다. 이를돌파하려면각별한시도가필요할때가많다. 이번에는그런사례가지를각색해서소개한다.

첫번째사례는, 인사부장과조사팀을구성하여소비재제조·판매회사의영업사원비리를조사할일이다. 영업소의재고부실관리에관한내부고발로조사가시작되었는데, 내부고발자를면담하니해당영업소외에다른영업소의영업직원들도유사한비위를저지르고있다는정황이나타났다. 영업직원여러명이의심자로거명되었다.

이에조사팀은다른영업소재고비리까지조사를확대하기로했고, 사장으로부터해보자는격려까지받았다. 그런데조사에서기대를걸었던의심자들면담이 소득 없이 끝났다. 분명의심스러운점은있는데, 재고빼돌리기세부방식을파악하지못한면담을하다보니질문이핵심에서비껴갔다. 의심자들은맞추기로요리조리피해갔다. 다음대책을고심하면서속절없이시간만흘렀다.

조사가이렇게벽에부딪히면보통조사필요성에의문을제기하는목소리가커지기시작하는데, 대상기업에서도그러했다. 특히이번조사는인사부장이특정임직원을제거하기위해벌인일이라는오해가퍼져있었다. 이를이용해의심자들과일부임원이인사부장을대놓고모함하며조사를중단하라는압력을넣기시작했다. 조사가중단될지모르는위기가왔다. 타개가절실했다.
 
여러 옵션을놓고숙의한결과, 조사팀은자진신고제도시행을해보기로했다. 기업은 10재고비리를포함한영업행위관련비위를자진신고하도록권유하고, 신고하면본인비위는최대한선처한다고약속한다. 선처약속에무게를싣기위해사장이직접공지메일을보낸다. 익명성보장을위해로펌사무실에 24시간 핫라인 전화를둔다.
 
이런 계획을 보고하니, 사장은 "이런방식을처음듣는다. 도대체 누가 신고하겠어?"라며 미심쩍어하면서도, 조사팀이필요성을강변하자승인은주었다. 내심걱정이많았다. 사장이못미더워하는것도 이해가 됐. 노동조사에서이런자진신고제도를시행하는일은드물다. 신고가없거나, 있어도성과가없을있다. 그러면내부반발이심해지고, 특히인사부장비방이위험수위를넘어설염려가있었다. 그러나다른내부고발자가없다면어려움돌파를기대할없는것이엄연한현실이었다. 문구를다듬어사장명의로공지메일을전국모든영업소직원에돌렸다.

두 번째사례다. 고참직원이공장에서사소한일로같이근무하던후배를욕하면서따귀를때려해고를당했다. 고참직원은소를제기했다. 승소를자신했던기업은변호사도선임않고느긋하게대응했는데결과는패소였다. 단순폭행에해고는과하다는것이다. 2심을맡았다.

원래이런 2사건은 1심에제출된증거를살펴관련사실을확인하고법리구성과서면준비에집중하는것이보통이다. 그런데법무팀장과논의결과, 건은조사를통해따귀때리기가고참직원의고질적폭행습벽에서나온악행임을입증해야 1판결을뒤집을있다는결론에이르렀다. 법무팀장은고참직원의폭행습벽은널리알려져입증이어렵지않을것이라자신했다. 고참직원과같이업무를했던직원들부터면담조사를보기로했다.

그런데간단히끝날것으로기대했던면담조사는예상치못한어려움을만났다. 고참직원의같은성격을너무나아는면담직원들이나서지않는것이다. 건의익명진술서를받았지만 공개증언은 할 수 없다고 했고, 대부분은그마저거부했다. 1패소로고참직원이복귀할가능성이높다는인식이퍼져요지부동이었다. 각별한대책이없다면폭행습벽입증은포기할밖에없는지경에몰렸다.

법무팀장과여러상의끝에, 컨설팅펌을선정해서보고서를받는방안을추진하기로했다. 이에따르면, 컨설팅펌은임직원 100여명전원에대해설문조사를하여고참직원의폭행과폭언경험을확인한다. 철저한익명성을보장해서진술자이름이보고서에기록되지않음은물론, 기업에따로공개되지도않는다. 보고서는고참직원의폭행습벽과, 이로인해초래된기업질서문란의증거로법원에제출한다.

이렇듯해고소송일부사실, 그것도직접사실도아닌정황입증을위해외부전문가를끌어들이는역시앞의자진신고제도처럼흔히실행되지는않는방법이다. 명백한약점도있다. 직원들의응답결과를예측할없고, 피해직원진술이있더라도익명성보장때문에진술자가특정되지않으니법원이리포트를믿어줄지불확실했다. 컨설팅비용도만만치않았다.

그러나경영진에게는승소를위해서는폭행습벽입증이반드시필요하고, 입증해보겠다면현재로서는이것이최선의방법이라고설명했다. 승인을받고, 컨설팅펌을찾아조사를의뢰하고결과를기다렸다.

사례에서조사팀기대와같이사안이진행되었을까? 첫번째와두번째가갈렸다.

첫번째사례에서는공지며칠지방의영업소직원으로부터 핫라인으로 전화가왔다. 영업소장이오랫동안자기와다른직원들에게사은품재고를외부에빼돌리도록지시했다는것이다. 처벌되지않는다면사실을밝히겠다고했다.

마음이바뀔세라즉시신고자와만나사실을확인하고소장의자인을받은, 신고직원잘못은불문에붙이고소장만변상과함께퇴사하는것으로마무리했다. 그리고조사에서파악한기업특유의재고빼돌리기방식을토대로다른의심자들면담을다시준비해서진행했다. 조사결과다수영업소에서재고비리가확인되고연루직원들이기업을떠났다. 기업은재고비리근절을위한전사적제도정비를했고, 인사부장에대한비난은잦아들었다. 기대를넘어서는대성공이었다.

그러나두번째사례는실패했다. 보고서를받아보니, 많은직원이고참직원으로부터폭행이나폭언을당한바는확인이되었다. 그러나설문조사라는한계와고참직원에대한두려움으로언제, 어디서어떤폭행과폭언을당했는지자세한답변을직원은없었다.

대부분직원이폭행습벽이있는고참직원복귀를원하지않는다고답한것에가닥희망을걸고보고서를증거로제출했지만, 법원은이번에도고참직원손을들어주었다. 기업은다툼을포기하고, 미지급임금과위로금을주는대신고참직원이복직즉시자진퇴사하는선에서사안을마무리했다.

조사팀은 노동조사에 어려운상황이닥치면무력감을느끼게된다. 첫 번째사례의내부고발과두번째사례의자진피해신고같은일은, 어려움을돌파하기위해필요하지만조사팀이애쓴다고이루어지지않는다. 최선의방안을찾아시도해도결과는모른다. 익명성을보장하고처벌하지않는다는기업공지를믿는내부고발자가있다는, 용기있게나서서폭행폭언을말해직원이없다는것은실행전에는불확실하기때문이다. 실패위험은불가피하다.

조사팀에게는그런무력감을넘고실패위험을감수하더라도어려움을돌파하겠다는결심과, 결심에서나오는어떤안간힘이필요하다. 여기에상황에들어맞는과감한선택, 그리고()더해지면, 노동조사는문제직원의비위행위를입증하여다음단계로국면을전환한다는사명을달성할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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