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안전은 안중에 없던 하주석, 징계 핵심은 '항의'가 아닌 '위험성'이었다

허행운 기자 2022. 6. 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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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하주석(28·한화 이글스)이 올시즌 볼-스트라이크판정으로 퇴장됐던 5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철퇴를 맞았다. 초점을 '판정에 대한 항의'로만 맞추면 왜 하주석에게만 다른 잣대를 대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징계의 초점은 '항의' 자체 보다 그가 보인 행동에 폭력성과 위험성이 다분히 묻어있었다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하주석(한화 이글스). ⓒ스포츠코리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야구회관에서 하주석에 대한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를 개최했다. 이어 다음날(21일) "하주석에 출장정지 10경기,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 징계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BO 리그 규정 벌칙내규 제1항과 제7항을 적용한 결과다.

하주석은 지난 16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회말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콜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하주석은 헛스윙 삼진과 함께 배트를 바닥에 내리쳤다. 이어 퇴장 지시를 내린 심판과 강한 언쟁을 주고 받았다. 이어 코칭스태프들의 만류와 함께 들어오던 하주석은 쓰고 있던 헬멧을 더그아웃 벽에 강하게 던졌다. 크게 튄 헬멧은 그라운드 쪽을 보고 서있던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때리기까지 했다. 이 장면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하주석은 1군 말소와 함께 상벌위에 회부돼 중징계를 받기에 이르렀다.

올시즌 하주석 이전에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전병우(키움)까지 총 4명이 스트라이크존 항의로 인해 퇴장을 당했다. 이 중 추가적인 징계를 받은 이는 전병우 1명. 그가 항의 과정에서 방망이를 내던지고 헬멧을 던졌기 때문이다. 상벌위는 전병우에게 제재금 50만원 징계를 내렸다.

행위 자체만 두고보면 하주석은 전병우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하주석은 전병우의 6배에 달하는 제재금과 함께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얹어졌고 봉사활동도 추가됐다. 

전병우(가운데·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코리아

그 이유는 바로 KBO가 언급한 '벌칙내규 7항'에 있다. 해당 항목을 살펴보면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정지 30경기 이하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KBO는 "하주석은 퇴장 이후에도 욕설과 함께 더그아웃을 향해 헬멧을 내던져 코치의 머리를 강타하는 등 많은 관객이 보는 앞에서 위험한 행동으로 경기장 질서를 문란케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주석과 심판이 나눈 대화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욕설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7항에 명시된 '폭언'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바로 그의 과격한 행동이었다.

당시 그가 헬멧을 던지던 상황을 보면 그가 얼마나 팀 동료들과 코칭 스태프의 안전을 신경쓰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팀 구성원들은 여느 때처럼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더그아웃 가장 앞에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바로 그 상황에서 하주석은 더그아웃 벽에 헬멧을 던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헬멧은 벽에 박힐 일이 없다. 내동댕이 친 헬멧이 벽을 맞고 튈 것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튄다고 해서 무조건 동료를 맞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는 참았어야 했다.

하주석(한화 이글스). ⓒ스포츠코리아

그러나 그 가능성을 무시한 하주석의 헬멧은 정말로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주변 코치들이 곧바로 클레멘츠 코치의 상태를 확인하며 어수선해진 상황. 하주석은 사과의 한 마디나 제스처 없이 곧장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그의 인성을 향해 물음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상벌위의 중징계가 이해되는 이유다.

이번 하주석을 향한 철퇴를 두고 '이제 선수들이 출전정지가 무서워 S존 관련 항의는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이는 핀트가 어긋난 분석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정말 억울하다면 항의를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존을 정상화 한다고는 하지만 심판의 판정이 무조건 옳을 순 없다. 심판들이라고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심판의 잘못된 판단으로 선수들이 소중한 한 타석을 잃는 것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벌칙내규'에 따르면 심판들 또한 '심한 오심이 거듭될 때(심판위원 관련 제4항)'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하주석 사태'의 핵심은 폭언이나 폭력성이 묻은 항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팬들이 이를 지켜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물론, 항의의 본질 마저 해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하주석이 분노했던 스트라이크 판정 또한 선수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을 정도의 애매한 공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을 넘은' 분노에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됐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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