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커', 정성 들인 밥 한끼가 선사하는 힐링
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엄마는 말했다. "이제 도시락에서 해방이구나!" 그렇다 나는 '도시락 세대'다. 이럴 수가. 묘하게 중간에 끼어 교복도, 급식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나다. 가끔 즐거운 상상을 해봤다. 멋진 교복을 입고, 점심시간만 기다리다 급식을 받아든 학창 시절의 나를(자유복을 선호하는 학생들께 미안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야간자율학습이 있어 도시락을 두 개씩 가져갔다. 나야 외동이라서 그나마 덜했겠지만, 형제자매가 많은 집은 도시락 개수에 어머니 노고와 한숨은 크기만 했을 것이다. 다행히(?) 세상이 좋아져 나는 아이를 키우며 소풍 날, 운동회 날이나 도시락을 싼다. 그것만으로도 힘드니, 학교에서 급식을 안 했다면 어땠을까.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는 엄마들은 '남이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나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한 음식은 가끔 맛있지만 남이 해주거나 사 먹는 음식은 거의 늘 맛있다. 사실 그 '맛있다'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 누군가 해준 음식은 먹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음식을 직접 할 때는 재료 준비부터 조리, 상차림, 설거지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남이 해준 음식은 그 모든 과정이 생략되니 더 맛있을밖에. 그래서 그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고 남을 위해 요리하는 이들에게 나는 늘 감사하고 감동한다.
tvN '백패커'를 눈여겨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 애초 프로그램 예고를 볼 때부터 의도가 궁금했다. 예능인가 다큐인가. 흘낏 봐도 고생길이 훤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 또한 고난의 연속일 텐데 그게 또 재미있으려나…. 전개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뻔히 알면서도 결국 나는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미션이 가혹할수록 시청자의 재미가 배가되는 것은 예능의 법칙이겠지. 출연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여정이 험할수록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백종원은 의심할 여지 없지만, 솔직히 나머지 백패커 3인의 조합은 의외였다. 이유를 짐작해 보니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오대환은 취사병 출신이라, 안보현은 캠핑 마니아라, 딘딘은 감초 역할로 투입된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이 조합은 제법 괜찮아 보인다. 투덜대면서도 할 일은 다 하는 딘딘과, 비주얼 담당도 겸하는 게 아닐까 싶은 안보현, 듬직한 오대환이 누구보다 요리에 진심인 백종원과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주니. 무엇보다 늘 아슬아슬하게 위기가 닥치지만 결국 해내고야 마는 결말은 뭐 하나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은 요즘 일상에 묘한 쾌감을 전해 준다.
'백패커' 5회에는 300명이나 되는 군대의 음식을 책임져야 했다. 낯선 주방에서 땀 흘리며 장병들의 음식을 완성해 한숨 돌렸으나, 이내 산속에서 훈련 중인 부대원들에게 도시락을 보내야 하는 미션이 떨어졌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어이 음식을 만들어내는 백종원이지만 산속까지 전달은 어찌할 것인가.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드론. 설정인 듯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음식을 배달하는 드론은 신선하고 신기했다. 커다란 드론을 본 딘딘이 군인들에게 여기 탈 거냐고 묻는 대목에서 빵 터진 것은 나뿐이었을까. 어쨌거나 속도가 솜씨 못지않게 중요한 음식의 세계에서 드론이 만든 이의 정성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다니. 차가운 기계들만 가득할 것 같은 미래에도 기술과 감성의 접목은 가능하겠구나 싶은 엉뚱한 생각을 잠시 했다.
누군가에게 한 끼를 먹이겠다고 꾸역꾸역 무거운 가방을 메고 오지로, 험지로 떠나는 백패커들의 뒷모습에서 비장함을 느꼈다면 오버일까. 결국 인간은 먹고사는 게 문제다. 그 어떤 위기에서도 우리는 먹어야만 한다. 이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도 먹기 위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특히 그것이 내 입 하나 위한 것이 아닌 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행위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대라지만, 땀과 정성이 담겨야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백패커들은 그걸 잘 알고 있겠지. 다음 주엔 또 어떤 어려운 미션이 기다리고 있을까. 요리 예능은 뻔하지만 먹고 사는 게 만만치 않기에, 나는 또 그 즐거운 고행에 동참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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