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쳐도 뛰느라 못 보는 남자 "어떻게 얻은 주전인데요"
"홈런을 쳐도 1루로 뛰어가느라 타구를 확인한 적이 별로 없어요."
LG 내야수 손호영(28)의 간절함이 올 시즌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한 지 이제 3년째, 늦었던 만큼 절실하게 뛰고 있다.
손호영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2회 선제 결승타와 5회 쐐기 3점 홈런, 7회 귀중한 희생 번트까지 9번 타자였지만 중심 타자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LG의 10 대 4 승리와 2연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39승 28패 1무, 3위를 굳게 지켰다.
첫 타석부터 손호영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0 대 0이던 2회말 1사 1, 2루에서 손호영은 상대 우완 선발 예프리 라미레즈의 변화구를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LG는 박해민의 땅볼과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까지 2회만 대거 4점을 뽑았다.
손호영은 2루수로 나선 수비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4회 최재훈의 안타성 타구를 날렵하게 슬라이딩 캐치하며 깔끔하게 송구해 아웃을 만들 때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5회초 마이크 터크먼의 평범한 땅볼을 더듬으면서 이닝을 끝낼 기회까지 놓쳤다. 후속 김태연의 1타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손호영의 수비는 더 아쉬웠다.
하지만 손호영은 5회말 공격에서 곧바로 만회했다. 2사 1, 2루에서 손호영은 상대 바뀐 우완 주현상의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포를 터뜨렸다. 비거리 118m 시즌 3호 홈런. 단숨에 7 대 1까지 리드를 벌린 쐐기포였다. 손호영은 7회말 침착하게 희생 번트까지 성공시켜 홍창기의 2타점 2루타의 징검다리 역할까지 해냈다.
경기 후 손호영은 "5회 실책을 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면서 "2년 전 롯데와 사직 원정에서도 실책을 했는데 큰 점수 차가 뒤집혀 패했던 적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발 투수 이민호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해서든 타석에서 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홈런이 나와서 마음이 편해졌고, 실책도 잊혀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홈런을 쳤지만 손호영은 타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 1루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손호영은 "정말 큰 홈런이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몰라 뛰어가느라 타구를 못 본다"면서 "1루를 밟을 때 넘어갔구나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손호영은 충훈고 시절 대형 내야수로 주목을 받으며 2014년 미국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마이너 리그를 전전했다. 성공하지 못하고 귀국해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독립 야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뛰기도 했다. 손호영은 "방출도 당하고 군대도 다녀오면서 간절함이 커졌다"면서 "좋아하는 야구로 월급을 받는다는 자체가 정말 좋고 지금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에야 LG에 입단한 손호영은 그해 23경기, 지난해 8경기만 뛰었다. 그야말로 후보 선수. 그러나 올해는 20경기를 소화했다. 타율 3할1푼8리 3홈런 11타점의 쏠쏠한 활약이다. 주전 2루수 서건창의 부상, 송찬의의 부진 속에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손호영은 "항상 꿈을 꿨던 일인데 계속 선발로 나가니 정말 좋고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못하면 대신 나갈 선수들이 많다"면서 "오늘도 실책 했을 때 자리를 잃을까 철렁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 손호영은 "사실 경기를 마치면 진이 다 빠진다"면서 "형들이 크게 앞서고 있으면 긴장을 풀고 하라고 하지만 내게는 매 타석, 매 순간이 소중하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팀이 이기고 내가 매일 라인업에 나가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절실함이 주전을 만드는 법이다.
잠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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