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시급 둘러싸고 "1만890원" VS "터무니없다"

김현주 2022. 6. 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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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본격 샅바싸움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1일 노사가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용역' 여부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표결 끝에 내년에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지 않기로 이미 결론이 났지만, 공익위원들이 연구용역을 제안하면서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권고문'을 발표했지만 노사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제시한 것을 두고 경영계는 "폐업하라는 얘기냐" "터무니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경영계는 오는 23일 최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지난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용역 여부를 논의한 결과, 공익위원 안(案)으로 권고문을 발표했다.

공익위원들은 권고문에서 "고용노동부가 업종별 구분적용 및 생계비에 관한 기초 심의자료를 연구해 다음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일까지 최임위에 제출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차 전원회의에선 올해 쟁점 중 하나였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내년에도 예년과 같이 모든 업종에 동일한 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익위원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지면서 업종별 차등적용에 반대한 노동계의 손을 일단 들어준 것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표결 직후 공익위원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연구용역 여부를 노사에 제안하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연구용역 자체가 향후 업종별 차등적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노사는 이 문제를 두고 다시 정면 충돌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미 표결로서 논의가 끝난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사용자단체 달래기 용'으로 안건 상정을 제안한 것은 최저임금 운영 관행과 노·사·공 신의 원칙을 깬 대단히 독선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노동부 장관이 요청한 최저임금 결정단위, 구분적용, 수준 외 안건을 표결로 부친 사례는 없다. 관례에도 어긋하고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이는 향후 최임위에 좋지 않은 선례로 또다른 갈등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간곡한 요청에도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를 안건 상정으로 강행할 경우 올해 심의 최종 결과는 파행이라는 불보듯 뻔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논의를 삼가고 생산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공익위원들이 연구용역을 제안한 날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업종별 차등적용에 힘을 실어왔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움직임에 최소한의 독립성을 갖춰야 할 공익위원 간사가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최저임금제도 개악에 정부와 함께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만약 (연구용역) 안건 상정시 민주노총은 강력한 항의를 전개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최임위 운영의 파행은 최저임금위원장과 간사를 비롯한 공익위원들에게 있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권순원 간사는 "전문가로서 패널 참여 요청을 받았던 것"이라며 "당일날 최저임금과 관련한 얘기는 1도 없었다. 우려하는 공익성에 문제가 될 만한 이야기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감히 말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간 심의 과정에서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다 보니까 어느 단계에서 한번쯤 논란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구분적용을 전제로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용역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용자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염원하던 구분적용이 무산돼 이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그나마 공익위원들이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제안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 최저임금 법령이나 운영 규칙 및 규정상 안건 제출도 지극히 당연하다. 그럼에도 근로자위원들은 구분적용 자체가 불필요하다며 이 논의를 원천 봉쇄하려 하고 있다"며 "표결로라도 처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오늘 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거쳐 이 안건이 최임위 건의문으로 반드시 채택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이 권고문 형식으로 중재안을 마련하면서 노사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경영계는 입장문을 내고 "안건 상정이 아닌 '공익위원 권고'로 처리해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최임위 관계자는 "공익위원 권고문에 대한 노사 간 이견으로 추가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산회했다"며 "다음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날 노동계가 발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노동계는 전원회의 직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9160원) 대비 18.9%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류기정 전무는 "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폐업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우리의 경제 현실과 괴리된 노동계의 주장은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영계는 아직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다음 회의인 오는 23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결 수준을 최초안으로 내밀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관련한 노사의 본격적인 샅바 싸움은 23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최임위는 법정 심의 시한인 오는 29일 안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3일, 28일, 29일 연달아 전원회의 일정을 잡은 상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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