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박지환, 한 편의 시(詩) 같은 이 남자[스경X인터뷰]
원래 배우 박지환의 꿈은 ‘자연인’이었다. 산 속 오두막에서 책을 보고 라디오 음악을 듣고 못 짓는 농사지만 지어가며 자기 것만 하고 살고 싶었다. 그렇게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고 싶었던 박지환은 인간의 섭리를 따랐고,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배우가 됐다.
영화 ‘범죄도시 2’의 천만흥행 그리고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이하 우블스)에서도 정인권 역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인장을 남겼는데, 유명세를 따르는 일은 그에게는 남의 이야기나 같았다. ‘우블스’를 마치고 만난 박지환과의 만남은 마치 시집 한 권을 읽고 나온 듯한 여운이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서 나왔던 보석같은 말들을 정제 없이 전하며 인터뷰를 대신하기로 한다.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PD를 설명하면서)
“저는 아직도 노희경이란 사람이 궁금하고 이분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다. 지금도 배우고 알려고 하는 중이다. 연기를 모를 때는 ‘반드시 물어라’고 하신다. 정말 훌륭한 태도가 아닌가. 이분은 정말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다 받아주시는구나 싶다. 두 분은 서로 감사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말을 하는 게 건방질 정도의 레벨이다.”
(정인권 역 처음 대본을 받고)
“인권과 호식(최영준)의 회차를 보니까 제주풍경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쳐서 몰려오는 것이었다. 그런 파도들이 몰려왔다 쓸려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노작가님의 대본은 문학적이다. 보면 안 반할 수 없다. 주변 공기의 냄새도, 마음도 설명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큰일이 없어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큰 태풍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들 현 역 배현성을 처음 보고)
“처음 들어왔을 때 맑고 푸른, 제주의 하얀 백사장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청아하고 고왔다. 자연스럽게 ‘네가 내 아들이야?’하고 안아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호흡에 걱정은 없었다.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인정하고 캐스팅한 것이니. 이 친구와 어떻게 멋지게 마주칠까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표현력을 키우는 과정을 설명하며)
“책을 많이 읽는다. 분야는 변한다. 어릴 때는 소설이었다가 시도 좋아한다. 그게 안 읽히면 인문학에도 빠진다. 글도 끄적이는데 배우수첩에 단상들을 적는 수준이다. 평소에 노는 것보다는 놀듯이 연기훈련하는 일을 좋아한다. 계속 어딘가에 가서 자극을 받고 생각을 진행시키고 영감을 받길 원한다. 역할이 와서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준비를 해놓고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
(호식 역 최영준을 설명하며)
“나는 높은 음을 치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가 밑에서 화음을 넣어주는 느낌이라 연기가 더욱 풍성했다. 각자의 음표를 치고 연기란 두 음이 만나는 거니까 혹시나 충돌이 일어난다면 김규태 감독의 조율이 있었다. 연기를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런 연기를 퍼즐처럼 맞춰주신 분들은 편집실에 있던 작가님이나 감독님이었다.”
(자신의 연기경험을 나열하며)
“영화를 하면서 송강호 선배, 김윤석 선배, 황정민 선배 등을 다 만났다. 존재에 대한 존경을 갖고 있고, 옆에서 관찰을 하면서 느끼는데 행복을 느끼고 감탄을 한다. 연기할 때는 한 사람의 사람으로 생각한다. 집중해서 하니까 배우가 배역으로 보인다. 연기를 안 할 때는 만가지의 마음으로 감탄하고, 경외하면서 바라보는 것 같다.”
(개성이 강한 역할만 했다는 질문을 듣고)
“어쩔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다보면 배역을 다양하게 하게 된다. 다른 변화가 올 거다. 그걸 고민할 시간에 그저 놀 생각을 한다. 운명이 잘못됐다면 부모를 원망할 건가? 훌륭하게 나아주셨으니 그저 기다릴 뿐이다.”
(원래 꿈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보니까 내가 다 하고 싶은 것이었다. 도시에 맞게 모두 생장을 하고 있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자연의 일부라는 거다. 만물의 영장은 인간이 아닌 자연이다. 대기의 순환과 흐름이다. 과학의 발전을 이뤄도 결국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기관을 설명하며)
“사람이 궁금해 시작했다. 박경리 선생님이 그러셨다. ‘글은 진리를 말할 수 없고, 다만 그것으로 향하는 과정’이라고. 인간의 복잡함을 알고 그 당황을 해소할 곳이 필요했다. 그게 연극이었다. 연기는 그 과정으로 가는 어려운 길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친한 친구였다.”
(영화와 드라마의 느낌을 말하며)
“드라마가 주는 힘이 있다고 느낀다. 언젠가는 일본군 장교였고, 노숙자, 장이수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현이 아방’ ‘순대 아저씨’로 부른다. 영화는 꿈을 꾸듯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이지만 드라마는 아주 오랜 우리의 친구같다. 같이 앉아 밥을 먹는 친구고, 화장실에서 들리는 엄마의 이야기다. 영화는 뭐든 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편안하게 형성되는 기분이 있다. 백반이면 때로는 실패한 김치찌개이기도 하고 도미요리기도 했다.”
(유명세에 대한 생각을 전하며)
“유명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걸로 연기를 하는 건 불쌍한 일이다. 이 일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인기 때문에 연기가 좋은 거면, 인기가 떠나면 그만 둬야 하는 건가. 이럴 때나 저럴 때나 연기라는 친구와 뚜벅뚜벅 함께 가는 일은 좋은 일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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