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윤지온'] 자신의 이름보다 캐릭터가 먼저인 배우

박지윤 2022. 6.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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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그 자체로 남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윤지온은 MBC 금토드라마 '내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화창고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작품 속에서 '배우 윤지온'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걸 지향하죠."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멜로가 체질' 클립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미 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극 중 효봉이와 '내일' 임륭구가 같은 배우라는 걸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이후 '내일' 종영 인터뷰를 위해 배우 윤지온을 만나 약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두 캐릭터가 같은 배우라는 걸 다소 늦게 깨달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배우 윤지온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로 향했다. 여섯 명의 취재진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말하며 약속 시간인 오후 2시보다 약 5분 정도 일찍 들어온 윤지온이다.

윤지온은 지난달 2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내일'(극본 박란·박자경, 연출 김태윤·성치욱)에서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 위기관리팀 대리 임륭구 역을 맡았다. 륭구로 분한 윤지온은 어떤 위급 상황에도 8시간 근로 시간을 칼같이 준수하는 '워라벨 지킴이'로 활약하는가 하면, 일명 '위관즈'로 불린 구련(김희선 분), 최준웅(로운 분)과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먼저 작품을 끝낸 소감을 묻자 윤지온은 "마지막 회에 '우리는 저승사자'라고 말하는 련과 함께 '그동안 내일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자막이 나와요. 그걸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현장에서 좋은 분들과 좋은 메시지를 가진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만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시 현장에서 모이기는 어렵잖아요. 또 모니터링하면서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고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윤지온은 '내일'에서 임륭구 역을 맡아 김희선, 로운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문화창고 제공
작품은 '죽은 자'를 인도하던 저승사자들이 '죽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 판타지 웜(Warm) 메이드 드라마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에는 '원작과 싱크로율'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윤지온은 웹툰을 5~6번 정독했지만, 그 틀에 자신을 가두려 하지 않았다는 의외의 답을 했다. 그는 "원작 속 륭구의 성향과 련, 준웅과 다닐 때 륭구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봤어요"라고 설명했다.

윤지온의 선택과 집중은 빛을 발했다. '내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우들의 차진 호흡이었기 때문.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관해 묻자 금세 얼굴에 미소를 띤 그에서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희의 호흡은 보통 좋은 정도가 아니었어요. 한 회차를 안 웃고 넘어간 적이 없었죠. 김희선 선배님은 워낙 대선배님이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먼저 다가와 주시고 늘 밝은 에너지를 주셨죠. 가장 힘든 일정을 소화하시는데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어요. 로운이는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예요. 굉장히 열정적이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요. 리허설도 적극적으로 임해서 정말 든든했죠."

륭구로 분한 윤지온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저승사자에게서 쉽게 떠올릴 수 없는 투톤 헤어와 화려한 스타일링으로 외적 변화를 꾀했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풀리는 인물의 서사와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날 만난 윤지온은 륭구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자아내 조금 놀랐다. 앞머리를 내리고 무채색의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그에게서는 륭구의 날카로운 인상보다 차분하고 온화한 인상이 더 컸기 때문이다.

"저와 륭구는 외적으로 정반대에요. 륭구는 머리를 염색하고, 옷도 화려하게 입지만 저는 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무채색을 사랑하죠. 비슷한 점은 둘 다 내향적이라는 점. 잘 나서지 않는 성격 말고는 정반대죠."

윤지온은 "배우 윤지온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남는 걸 원해요"라고 말했다. /문화창고 제공
2013년 여성극작가전 '일어나 비추어라'로 데뷔한 윤지온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혀갔다. 특히 2021년 드라마 '월간 집'을 시작으로 '너는 나의 봄' '지리산' 그리고 올해 '내일'까지,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며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윤지온은 이러한 자신의 쉼 없는 '열일'의 원동력을 욕심으로 꼽았다.

"제 연기를 보면서 만족한 적 없어요. 늘 더 잘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죠. 저는 욕심이 많은 거 같아요. 이 욕심이 제 원동력이고요. 늘 도전하고 성장하고 싶어요. 저는 어설픈 완벽주의자인데요, 평소에는 꼼꼼한 성격이 아닌데 연기할 때만큼은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강박감이 있어요. 계속 잘 해내고 싶어요."

그렇게 윤지온은 '배우 윤지온'보다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랐다. 이날 한 취재진이 윤지온에게 "작품마다 낯선 느낌이 있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제가 지향하는 게 바로 그런 배우예요. 그걸 알아봐 주셨네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작품 속에서 제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윤지온보다 그 캐릭터로 남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케미장인'으로 불리고 싶어요. 이제까지의 '케미'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앞으로도 어떤 배우랑 호흡을 맞춰도 '케미'가 돋보였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연기는 1차원적으로 이야기하면 직업이자 일이에요. 깊이 생각해보자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거고요.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연기로서는 가능하니까요. 연기가 어느새 제 삶의 일부가 됐어요. 우리는 연기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연기를 해요. 거짓말도 연기니까요. 연기를 하는 직업을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평범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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