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과 알바생의 '최저임금' 동상이몽.. "올리면 가게 망해"vs"이 돈으로 못 살아"

이학준 기자 2022. 6.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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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내년도 최저임금 18.9% 오른 1만890원 요구
자영업자 "100만원 이상 인건비로 추가 지출"
알바생 "물가가 너무 올라 남는 돈 없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8.9% 오른 ‘1만890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아직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동결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어려운 경제 환경을 인상과 동결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18.9%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22일 조선비즈는 서울 마포구 내 한 음식점의 월 매출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20대 대학생의 가계부를 비교해 이들이 처한 입장을 비교해 봤다.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내 한 연어전문점의 경우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월 순익이 103만5729원이나 줄어든다. 이 가게는 지난 5월 순익이 478만490원이었다. 인건비 영향으로 월 순익이 376만원 수준으로 떨어지면 가게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게 사장 이모씨의 생각이다. 현재 이씨 가게는 인건비로 주방이모 200만원, 상주직원 200만원, 아르바이트생 2명 각각 74만원 등 총 548만원을 내고 있다. 한 달에 가게 운영에 들어가는 총 비용이 2024만6100원인데, 인건비가 27% 수준이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이후 겨우 매출을 회복하고 있는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890원으로 오르면 100만원 이상이 인건비로 추가 지출된다”며 “코로나 2년을 버티면서 빌린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최근 식품 원자재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상승해 가게 사정이 힘들다. 더는 매장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씨 같은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반면 서울 동대문구에서 매주 20시간씩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2)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을 포함해 매달 87만9360원을 벌고 있다. 여기에 부모님께 받는 용돈 25만원을 포함하면 한달간 김씨가 쓸 수 있는 돈은 112만9360원이다. 5월 한달간 김씨가 사용한 월세, 교통비, 식비 등 생활비를 제외하니 김씨가 월말에 저축할 수 있는 돈은 2만3860원 남짓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890원으로 인상되면 김씨는 지금과 같이 하루 20시간 아르바이트비를 하면서 월 104만5440원을 벌 수 있다. 저축할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김씨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외식 한번 하면 보통 8000원에서 1만원이 넘어 간다”며 “남는 돈을 저축해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청약 등에 보태고 싶지만, 지금의 최저임금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이은현

노동계는 2015년부터 줄곧 시간당 1만원 이상의 최초 요구안을 제시해왔다. 올해 역시 1만원 이상의 시급을 제시하면서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특히 노동계는 ‘적정 생계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벌이 등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의 생계비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경영계는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원자재 가격 등 생산재 물가의 상승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최근 5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도 남아있어 최저임금 안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 심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측이 각각 제시한 최초 요구안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연도 기준으로 2012~2017년 6~8%대를 보이다 2018년에 16.4%, 2019년 10.9%로 훌쩍 뛰었다. 이후 2020년 2.9%, 2021년 1.5%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5.1%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적절한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만약 최저임금 인상을 한다면 업종이나 지역에 따른 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차등화가 무산된 상황”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이어 “대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서 노동자들의 삶이 힘들어지고 빈부격차도 더 커졌다”며 “지금의 물가상승 수준을 고려했을 때 10%대 이상의 최저임금 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한국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4~5% 정도 상승하고 있다. 이런 지표들을 고려했을 때도 노동계 측에서 충분히 최저임금 인상이 큰 폭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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