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꼴찌가 5번인 9연패 한화, 암흑기 시작인가

김원익 2022. 6. 22.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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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타율 꼴찌가 선발 5번 타자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9연패에 빠진 한화 이글스의 진정한 암흑기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리빌딩과 함께 성적 향상을 목표로 내건 한화의 시즌이 참혹하게 전개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 그리고 보다 나은 경기력을 통해 승리하기는 커녕 대패를 반복, 무기력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과정도 결과도 모두 놓치고 있는데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9연패에 빠진 21일 잠실 LG전 선발 라인업은 한화의 올 시즌 고통스러운 단면과 함께 상식적이지 않은 선수 기용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축소판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가 9연패에 빠졌다. 팀의 방향성도 미래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이날 한화는 리드오프 터크먼을 시작으로 김태연-정은원-김인환-최재훈-노수광-변우혁-권광민-박정현으로 타순을 꾸렸고 외국인 선발투수 예프리 라미레즈가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 라인업에 3할 타자는 없었고, 5번은 현재 KBO리그 타율 최하위 최재훈이 맡았다.

올 시즌 최재훈의 첫 5번 타순 기용이기도 했다. 경기 전까지 최재훈은 타율 0.197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독보적인 최하위를 기록 중이었다. 그리고 최재훈의 22일 현재 타율(0.203)도 규정 이닝 타자 가운데 꼴찌다. 홈런은 단 1개, 타점도 경기 전까지 12타점에 불과했다. 심지어 5타점을 올린 1경기를 뺀 56경기 중 타점을 올린 날이 단 6경기에 그쳤다. 거포 유형도 아니고 올 시즌 해결사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 최재훈이 5번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한화의 부동의 4번 타자 노시환이 최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여파임을 고려해도 납득하기 힘든 대안이며, 우울한 민낯이다.

결과적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타율 최하위 타자 5번 기용은 4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이란 결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연패 중 이런 ‘모험수’는 요행을 바란 도박이지, 어떻게든 승리해야 할 수장이 내릴 최선의 수는 아니었다.

수베로 감독의 최재훈 5번 기용 과정은 세세하게 더 살펴봐도 납득하기 쉽지 않다. 결과가 났기에 망정이지만, 내용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실제로 최재훈의 스탯티즈 기준 wRC+(조정득점생산력, 파크팩터 포함, 가장 정확한 타격지표로 분류)는 21일 경기 전까지 70.9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 숫자는 리그 평균이 100이라는 기준에서 최재훈이 리그 평균 타자들보다 약 30% 떨어지는 득점 생산력을 기록 중이라는 수치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에선 단연 최하위 수준이다.

다른 팀이라면 선발 5번타자는 커녕 라인업에 들어가기도 힘든 공격 지표. 연패를 끊고 승리를 노리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 하는 팀이 교체로라도 이런 결정을 했다고 해도 믿기지 않는데, 심지어 선발이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리그 타율 최하위 최재훈과 2번째로 낮은 타율의 하주석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 중이다. 수베로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말에도 책임이 따르지만 행동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사진=김재현 기자
물론 최재훈의 포지션이 포수란 걸 고려하면 선발 기용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타팀이라면 최소한 하위타순이 확정적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에야 어떤 팀도 이런 시점에, 이런 성적의 타자를 중심타순에 배치해 가장 확률 높을 득점 기회를 미리 걷어차지 않을 것이다.

또한 최재훈의 21일 경기 전 wRC+(70.9)는 한화 타자 중 13번째에 해당됐다. 그런데도 수베로 감독은 최재훈을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타순에 기용한 ‘묻지마 선발’을 강행했다.

최재훈이 이날 LG 우완 선발투수 이민호에게 특별히 강했던 것도 아니다. 경기 전까지 상대 타율이 0.143(14타수 2안타)로 매우 약했다. 노수광(0.273) 정도를 제외하면 이민호에게 유의미한 우위적인 표본을 남긴 한화 타자가 없었다는 것이 이런 선택의 배경일 수 있다.

하지만 최재훈의 좌우투수 간 상대 성적 차이를 고려하면 더 말이 되지 않는 결정이다. 최재훈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는 그나마 타율 0.256으로 리그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0.190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거기다 최근 타격 페이스도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단 1타점 만을 기록했고 1할대 타율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베로 감독은 우타자에게 더 강한 우완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우완투수에게 매우 취약한 우타자 최재훈을 5번에 배치했다.

통계는 과학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민호를 상대로 최재훈은 완패했다. 1회 2사 1,2루 상황과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모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후 우투수와 좌투수에게 도합 2안타를 쳤지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타자는 선발투수를 공략하기 위한 선택으로 짜는 게 일반적이다.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최재훈의 5번 기용을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수베로 감독은 가장 유력한 득점 가능성을 스스로 낮춘 채 경기에 들어갔다.

한화는 이보다 앞선 다른 9연패 기간(5.5~5.14)에도 이처럼 매일 바뀌는 중심타순 라인업을 들고 나온 적이 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 무엇이 달라졌고, 판단을 내리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나아졌는지 그 차이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런 한화의 더 슬픈 현실은 16일 경기 퇴장 후 욕설과 폭력적인 행위로 경기장 질서를 어지럽혀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캡틴’ 하주석이 최재훈 바로 위, 뒤에서 2번째에 해당하는 전체 49위의 타율(0.213)을 기록 중이란 사실이다. 하주석은 올 시즌 5번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해 출전 타순 가운데 가장 저조한 타율 0.175(103타수 18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런 부진에도 불구하고 하주석과 최재훈은 올 시즌 수베로 감독에게 중용을 받고 있다. 거의 붙박이 선택을 받아 각각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60경기와 4번째로 많은 50경기에 출전 중이다. 물론 이들의 수비 기여도와 포지션 숙련도의 중요성, 베테랑으로의 역할이 대체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

외국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말하는 리빌딩 고통과 인내의 결과는 왜 항상 그들의 임기 후에만 이뤄져야 할까. 사진=김재현 기자
하지만 그 대체불가능한 현실 자체가 현재 한화의 문제다. 포수와 유격수는 팀 공격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마이너스 전력이며, 상대 팀에 위협이 되는 타자가 1,2명을 제외하면 없는 최하위 공격력의 팀이 마운드마저 리그 최하위라는 건 응원하며 지켜보는 이들에겐 악몽 같은 조합이며, 상대할 팀에겐 축복일 것이다.

부진의 늪에 빠진 선수들의 자리를 대체할 신예는 키워내지 못했고, 현재는 그런 과정조차 잃어버린 지금의 한화가 과연 무엇을 목표로 한 팀인지는 이제 수베로 감독이 결과로 대답할 차례다.

수베로 감독은 최근 언론을 통해 연패 중인 상황 리빌딩에 대한 심적인 고통을 토로하며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근거 없이 무조건적인 희망의 미래를 확신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 팀을 응원하면서 3년째 최하위인 현실을 계속 인내만 하고 있는 팬들의 애끓는 심정과 비교할 수 있을까. 희망으로 삼았던 현재와 미래의 투-타 에이스는 모두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몇 년간 성장했던 선수들은 극히 일부를 빼면 모두 정체에 빠지거나 오히려 퇴보 중이다. 외국인 투수들은 일찌감치 실패했고, 매일 대패를 당하거나 혹은 힘이 부쳐 지는 경기를 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이런 현실이 바뀔 수 있을지 현재 한화를 이끄는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리더가 합리적인 과정 없이, 결과도 내지 못하는데, 먼저 변명부터 시작할 때 팀은 가파르게 추락한다. 현재의 한화는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어떤 방향성도 그리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동시에 최하위로 떨어진 현실을 벗어날 저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대체해야 할 선수를 대체 불가 중심으로 만들고, 정작 방향성은 제시하지 못하며, 리더십이 실종된 듯한 모습으로 외부에 공허한 구호만 역설하는 수장의 말이 언제까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말의 힘을 강변 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리더가 리빌딩을 이끄는, 그리고 더 큰 책임 있는 자들이 그 외인 감독을 방패로 뒤에 숨어 있는 한화의 암흑기는 어쩌면 아직 도래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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