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7] 바보상자 TV와 똑똑이 스마트폰
오웰은 누군가 서적을 금지시킬까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서적을 금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사고를 무력화하는 테크놀로지를 떠받들 것을 두려워했다. ‘1984′에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해 통제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즐길 거리를 쏟아부어 사람들을 통제한다.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 닐 포스트먼 ‘죽도록 즐기기’ 중에서
병사들이 24시간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방안을 국방부가 모색 중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이거나 곧 하게 될 당사자는 물론, 입대할 자식을 둔 부모라면 수시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을 바라지 않을 리 없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휴대폰 사용으로 훈련에 지장을 줄 거라고도 믿고 싶지 않다.
교육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였던 닐 포스트먼은 1985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포화를 걱정했다. 그는 TV와 개인용 컴퓨터가 우리 삶에 미치는 폐해를 피력하며 미래 사회는 빅 브러더가 공포로 통제하는 조지 오웰의 ‘1984′보다 재미에 빠져들게 하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대전화라고 하지만 TV를 포함한 오락 거리가 무한한 스마트폰이다. TV는 바보상자라고 불렸지만 스마트폰은 이름부터 ‘똑똑이’다. 기기를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첨단 정보의 소유자라는 안도감과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 있는 것 같은 소속감을 느낀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불안해진다.
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자제와 절제도 배워야 할 인생의 지혜다. 하지만 세상은 싱싱한 사과부터 먹지 않으면 평생 썩은 것만 먹게 된다며 눈앞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새로운 주류 매체가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편중시키고 특정한 정의를 선호하도록 조장하여 공공 담론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TV를 멀리했던 저자가 스마트폰 시대를 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더 넓게 확대하는 것이 정말 우리들 자신을 위한 일일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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