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 국무부 첫 인사 다양성책임자 "정부 조직은 인구 구성 반영해야"

이정은 논설위원 2022. 6. 22. 03: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국무부 다양성 최고책임자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 미국 국무부 ‘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CDIO)’가 16일 서울 용산 주한 미대사관 별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 세계에 파견된 미 외교관을 비롯해 국무부 임직원 2만4000명의 다양성 확보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서로 다른 관점과 생각이 때로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성공의 대안을 넓힌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0여 년 전 미국 국무부의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 젊은 흑인 여성이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당시만 해도 여성의 복장 규정이 ‘치마 혹은 드레스’로 돼 있던 시절이었다. 국무부의 오랜 드레스 코드를 과감히 깨버린 이 여성 외교관은 이제 조직 내 성별, 인종, 학력 등의 차별과 맞서 싸우는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 전담 부서의 수장이 돼 있다.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 국무부 ‘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CDIO)’다.

국무부는 지난해 4월 이 조직을 신설하며 “다양성과 포용성이 우리를 더 강하고, 똑똑하고, 창조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관과 본부 직원 등 2만4000명의 소속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직사회 전체에도 파급력이 적지 않은 상징적 조치다. 미국 정부 부처의 이런 시도가 ‘서오남’ 지적을 받은 한국의 새 정부에도 시사점을 던질 수 있을까.

최근 첫 방한을 한 애버크롬비-윈스탠리 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조직에서 모든 국민이 (성별, 직종별, 지역별) 대표성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며 “다른 관점과 생각으로 서로의 빈틈을 채워 주는 것이 성공을 위한 대안들을 넓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별-직군-지역 대표성 필요”



―‘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권한을 갖는가.

“(성별, 인종, 직군별) 대표성을 키우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들, 이를 위한 문화를 개선하는 일들이다.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 조직 구축 등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 업무는 스타트업이다. 나는 (채용, 인사 관련한) 권고가 차관보 레벨에서 흐지부지되지 않을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직보한다.”

―다양성이라는 성과를 측정할 수 있을까. 특정 목표가 있는가.


“(인사) 쿼터를 설정해 놓지는 않았다. 목표치 자체가 없다. 그 대신 우리는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을 추구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구성을 보라. 여성이 50%라면 조직 내에서도 여성 비율이 그에 근접하게 나와야 한다. 정부 조직은 인구 구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성 증진이 결국 능력주의”

―능력주의를 다양성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다양성 증진) 그 자체가 미국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내 이웃이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서로를 잘 알고… 이런 미러링(mirroring) 수준을 넘어서고자 한다. 국가로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최대한 대표할 사람들을 찾고자 한다. 이런 선택이 때로 편하지 않은 도전일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 낫게 만든다. 일단 다양성을 확보하면 그때부터 철저히 능력과 조건에 따라 평가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부책임자만 해도 인종과 고향, 가정환경, 교육 과정이 모두 다르다. 그는 업무에서 나와는 매우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을 내놓는다. 서로의 빈틈을 채워 줄 수 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한 대안들을 그렇게 확장시켜 나간다.”

―특정 엘리트 집단의 순혈주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사람들은 그게 나쁜 것이라는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일터에 오면 대다수가 비슷한 사람들이다. 평소에 보던 대로 이를 바라볼 뿐 그 자리에 여성이 있는지 없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수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지적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인구의 절반을 놓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해결의 첫 번째 단계다. 예를 들어 국무부에서 고위직의 84.5%가 백인이라는 수치를 들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막연히 ‘많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가 있으면 그제야 ‘정말 많다’고 느끼는 것이다. 84.5%라는 수치가 괜찮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히스패닉이 17%이고 흑인이 14%이고 아시아인이 8%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를 구성할 때 다양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

“정부에서 다양성은 특별히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부는 시민들을 대표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그룹만을 쓴다면 다른 그룹의 수요가 뭔지조차 알 수 없지 않겠는가. 모든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이 어떻게 적합한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나. (정부) 참여는 국민의 권리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결정, 정책에 대표자로서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새 정부에 검사 출신이 대통령실에 포진했다. 여성 장관 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받았다.


“우리가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의 범위는 넓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인종, 성별, 종교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근본 바탕이다. 그러나 미국도 ‘Yale, pale, male(예일대, 창백한, 남성·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의 백인 남성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현상을 꼬집는 조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실현이 힘들었다. 경험의 다양성과 함께 지역 다양성도 중요한 문제다. 미국의 경우 과거에는 미시시피, 테네시 같은 남부 출신 공직자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지역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다. 성별 대표성과 관련해서는 여성이 인구의 51%를 구성한다는 점을 다시 언급하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부통령을 여성으로 하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가 흑인 여성을 선택한 것은 매우 대담하고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국은 단일 민족으로 강한 유교주의 사상이 지배해 왔다.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성이 아직도 기대에 못 미친다.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모든 국민의 기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과제다. 방향과 목표는 알지만 결국 어떻게 해내느냐의 문제다. ‘데이아(DEIA·다양성 공평 포용성 접근성을 의미하는 영어 첫 자를 딴 조어)의 렌즈’로 세상을 봐야 한다. 서로에게서 배워야 한다.”

―한국은 젠더 갈등도 심하다. 특히 젊은층 남녀 간의 갈등을 풀 해법을 조언한다면….

“(남녀는)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경청해야 한다. 부차적인 이슈들은 내려놓고, 관계는 강하게 유지하며, 서로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해놓고 대화로 해법을 찾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젠더 갈등은 아니지만 분열이 심화돼 있다. 한국만큼 심각한 문제로, 국가에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주변과 연대 통해 힘 키워야”

―미국에서도 인종 갈등과 함께 아시아 혐오 범죄가 잇따랐다. 개선책은 있는가.

“어느 한 그룹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주변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내 고향인 클리블랜드에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가 벌어졌을 때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나도 여기 참가했다. 흑인으로서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한다.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은 모든 그룹에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 그 어떤 그룹도 혼자서 완벽할 수 없다. 나는 연대의 힘을 믿는다.”

―흑인 여성 대사까지 오르는 길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여러 장벽들을 어떻게 깼나.

“정말로 많은 경우에 나는 내 그룹에서 유일한 흑인, 유일한 여성이었다.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었다. 이런 경우 나를 지지해줄 우군 동료를 찾거나, 아니면 혼자서도 목소리를 낼 만큼 용감해져야 한다. 이런 경험들을 겪으면서 나는 다른 관점과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대외정책을 다루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한가.


“외교는 결국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군사적 방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을 찾는 일에는 더 넓은 관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여성과 소수자는 이런 일을 잘한다. 이들은 애초부터 파워를 갖지 못한 위치에서 출발해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할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군을 만들고 관계의 연결고리와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야 한다. 이런 훈련이 된 사람들이 일도 잘한다.”

미 국무부 ‘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탠리는…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국무부에서 외교관 업무를 시작해 이라크,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등지에서 근무했다. 200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총영사로 재직할 당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공격에 용기 있게 대처한 공을 인정받아 공훈상을 받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상원 외교위원회 파견 근무를 거치며 중동 외교와 대테러, 입법 자문 등을 맡았다. 몰타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