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자연과 공존하며 살고 싶은 도시
기능보다 친환경 중요, 미래 위한 설계 고려를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며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세상에 얼마나 가능할까? 산속 깊이 은둔하듯 살지 않아도 도시 전체가 공원 속에 있는 듯 자연을 쉽게 만나고 정원에 사슴이 놀러 오는 집에 살면서, 경제활동도 풍요로운 도시가 지구촌에 얼마나 될까 싶다.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이 거주자도, 방문객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도시를 들라고 하면 캐나다 핼리팩스를 손에 꼽고 싶다. 며칠 전 필자는 그다지 기대 없이 핼리팩스로 출장 왔다. 도착하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광역도시권 인구는 50만 명 정도이며 소득도 1인당 평균 5만 달러가 넘어 한마디로 경제적으로 잘사는 도시였다. 연간 인구 성장률이 3%에 육박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좋은 환경에서 살고자 이주하는 인구가 점점 많아져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핼리팩스는 도심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간판 도시로 발전했다. 며칠간 체류하면서 내가 발견한 좋은 점은 나도 모르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곳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궁금했던 질문을 통해 사랑에 눈멀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나름 객관화해 왜 핼리팩스가 살고 싶은 도시로서 매력적인지 정리해 보았다.
첫째, 도시 전체가 초록인 공원 같은 도시다. 공원이 도시 면적에 비해 얼마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고개만 돌리면 공원 속에 있음을 느낀다. 핼리팩스 시립공원뿐만 아니라 암을 극복한 사람을 위한 공원 등 크고 작은 규모의 기념공원이 도시 구석구석에 조성돼 도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적 인프라와 해양이 생명선처럼 촘촘한 도시다. 핼리팩스는 캐나다 북미 유럽을 잇는 교역항 역할로 주목받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다. 캐나다 최대 규모의 어빙 조선소, 캐나다 국방 R&D의 핵심 거점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위산업체들과 항공기 엔진 제조사들이 경제 축을 이루고 IT산업 통신업 은행·보험 등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해양 관련 스타트업의 활발한 활동 또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셋째, 교육도시다. 도시 인구나 규모에 비해 상당히 이례적으로 4개의 4년제 대학교와 3개의 컬리지 등 고등교육기관만 도시 내에 7곳이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와 세 명의 캐나다 총리를 배출한 지역 최고의 명문 달하우지대학을 포함한 대학들이 세계 학생들을 끌어들이며 핼리팩스 지역 경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가 많으니 젊은 청년 인구가 많고,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이 같이 성장해 지역 경제를 꾸준히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해양과 관광 서비스 산업이 지역 경제의 코어인 도시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워터프런트의 역할을 빼고 핼리팩스 경제를 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워터프런트 지역은 부둣가를 따라서 레스토랑 호텔 카지노 등 다양한 관광시설뿐만 아니라 교통기능과 관광적 가치를 더하는 정기 페리 등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거주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핫 플레이스다.(체류하는 일주일 내내 매일 들러도 지루하지 않았고 매일 새로운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부산의 북항에 워터프런트가 어떻게 개발될지, 어떤 신천지가 선물처럼 올지 핼리팩스를 보면서 기대를 하게 됐다. 도시 자체가 잘 보존된 유서 깊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매우 인상적이었다. 옛것에 대한 존중으로 역사가 현재로 존재하고 미래가 되는 도시를 간단히 정의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을 뜨겁게 했다.
글로벌 도시라고 하면 주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중추 기능이 집적해 있으며, 금융 시장과 주요 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 또 글로벌 자본과 인재 흐름의 핵심 역할을 하며 부유하다. 그렇게 거대한 도시로는 뉴욕 도쿄 런던이 꼽혀 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도시 가치기준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예일대학이 세계 180개국의 데이터와 정보를 분석해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 국가(world greenest country)를 EPI(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기준으로 발표했다. 10위권은 모두 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세계은행에서 밝힌 가장 높은 소득국가가 모두 친환경 상위국가와 일치했다. 앞으로 살고 싶은 도시는 친환경 지수가 높은 도시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점점 각광받지 않을까 예상한다. 미래를 위한 설계와 개발이 친환경지수가 높은 도시로 발전되어야 살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자연으로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진다”는 괴테의 말을 떠올리면서 항구도시 부산이 바다로부터 부유함을 이끌어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도시 라이프로 시민과 방문객이 살고 싶은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봉순 ㈔한국PCO협회 회장·㈜리컨벤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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