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퐁피두센터 부산 도시재생 이끌려면

국제신문 2022. 6.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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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스페인의 지방공업도시 빌바오는 철강업 조선업 등 주요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30%가 넘는 실업률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다. 그러나 1997년 구겐하임미술관을 개관해 ‘빌바오 효과’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만큼 문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 인구 35만 명의 지방도시 빌바오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관광중심지가 됐고, 상징적인 문화시설이 도시재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빌바오 방문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미국의 부유한 사업가 솔로몬 R.구겐하임(1861~1949)이 1937년 현대미술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구겐하임재단을 설립, 1959년 뉴욕 맨해튼에 세운 현대미술관으로 당시 최고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의 설계로 완공됐다. 맨해튼의 무미건조한 건축물에 강한 거부감을 가졌던 라이트는 달팽이 모양의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구겐하임미술관 내부와 외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건축예술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화가들은 공간이 독특해 전시되는 작품에 집중이 어렵고 미술작품이 건물의 일부 장식품처럼 보일까 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구겐하임미술관은 이탈리아 베니스, 스페인 빌바오에 이어 2025년에 완공 예정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까지 해외분관을 설립 중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최대 성과로 여겨지던 해외 분관 유치로 재정 압박이 생겼고, 미술관 고유의 소장품이 장기간 해외 여러 분관으로 대여되는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미술관의 해외 분관을 맥도널드 체인점 늘리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현한 미술관 후원자의 기부금이 줄었다. 세계화 전략 같은 외형에 치중하는 대신 내실에 힘쓰기를 원했던 후원자의 영향으로 구겐하임미술관의 관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빌바오의 낡은 항구를 이전하고, 미술관 건립에 1억 달러를 시가 부담하며, 미술작품 구입을 위해 5000만 달러를 시가 펀드로 후원하고, 매년 1200만 달러를 운영비로 지원하는 것에 빌바오시와 구겐하임재단이 합의해 진행됐는데, 당시 빌바오시의 재정 상황으로는 파격적이었다. 이런 합의는 주민과 수많은 공론·소통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건물 하나로 빌바오의 도시재생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쇠락해 가는 도시를 주민 모두가 함께 살려보자는 공동의 목표가 모였고, 과감한 행정의 결단이 있었기에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부산시가 유치하고자 했던 ‘이건희 미술관’은 서울로 장소가 결정됐고, 대신 부산시는 2024년 인천국제공항에 유치하려던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분관을 부산 북항에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설립하는 일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프랑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을 붙인 퐁피두센터는 퐁피두가 추진한 보부르 지역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면서 만들어졌다. 파리 중심의 빈민가였던 이 일대는 문화대국 프랑스의 명성을 높이는 현대건축(하이테크 건축의 효시로 꼽히며 이 분야의 대가 리처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의 합작 설계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퐁피두센터는 스페인 말라가, 벨기에 브뤼셀, 중국 상하이에 해외 분관을 운영 중이며 파리 퐁피두센터는 2023년부터 4년간 건물 리모델링을 한다고 한다.


부산시는 2030 엑스포를 유치하고자 적극 노력하면서 여전히 부산의 랜드마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오페라하우스, 퐁피두센터 부산 등으로 랜드마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면 그전에 좀 더 상세한 계획을 시민과 함께 충분히 공론하고 소통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인구 1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이 최하위인 부산에 대형, 유명 랜드마크 문화시설이 들어서 ‘문화의 공정한 접근 기회가 보장’된다면 온 국민이 공정하고 차별 없이 문화를 나누고 누려야 한다는 현 정부의 문화정책이 완성될까. ‘문화예술 정책 설계는 그 세계와 거기에 속한 분들을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신임 장관의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문화예술정책을 설계하시는 분들은 우리를 알고 이해하고 계실까.

김미희 올아트22C문화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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